feat. 귀인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어제 저녁식사 겸 면접을 본 후 오늘 아침에 눈을 떴는데 브런치로부터 알림이 와 있었다.
"글 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 로 시작하는 글쓰기 동기를 부여하는 알림이었다.
어제와 똑같이 오늘 아침에도 이불정리와 환기, 팔굽혀펴기, 밀어올리기(배밀기), LeetCode 한 문제를 풀었다. 이런 루틴을 시작한 지도 벌써 8개월이 넘어간다. 어느새 벤치는 150kg을 미는데 성공했고, 체중은 목표치까지 감량했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내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계속하는게 배는 어렵다.
여행을 떠날 때면 늘 설레었다. 호기심이 가득했었다. 내가 가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했다. 실상은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의 삶, 심지어우리나라 여행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직업, 다른 삶, 각자 다른 이유로 떠나온 여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내가 이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어느샌가 보고 듣기만 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통해 간접체험, 대리만족하는 것으로는 나의 현실을 부정만 하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더 이상 여행을 하는 게 즐겁지 않고 짐스러워지는 순간도 있었으며, 지금 여행을 다녀도 되는 걸까 생각도 하곤 했다.
인생을 바꿀 만큼의 성공을 원하고 있다.
더 이상 그럭저럭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대개의 경우는 위험하지도,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그런 위험한 여행은 아니었다. 물론 많은 우여곡절과 위험한 순간이 있었던 여행도 종종 있었지만 비교적 최근에 했었던 여행에 국한되지 않았나 싶다.
내 인생에 새로운 여정을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겁이 난다. 더 이상 그럭저럭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계속해서 되뇌며, 머릿속에는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도, 마음속 한편에는 두려움 또한 똬리를 틀고 그냥 이대로 있으라고 내게 말하는 거 같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기회가 왔을 때 붙잡기 위해 나는 매일 아침 그 루틴들을 계속해 오고 있는데, 기회가 왔을 때 나는 그 두려움을 뿌리치고 훌훌 일어설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해 본다.
많은 자기계발 책과 영상에서 들려주던 이야기들 또한 머릿속을 맴돈다.
일단 먼저 시작하고 준비해라. 그리고 하면서 완벽해져라.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는 걸 목표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건 계획이라고 부른다. 등등
0 아니면 1.
분명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그 변화로 인해 내 삶에 바뀌는 게 없다면 그건 정말 나아지고 있는 걸까. 내 삶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을 하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가. 지금이 움직여야 할 타이밍인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렇다고 내가 다른 할 것은 무엇이 있나.
0 아니면 1이라는 말이 참 무겁게 와닿는다.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 결심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해온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걸까. 아니면 다른 기회가 또 있을 것인가. 떠날 때를 놓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잘할 수 있다 다짐하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이를 반복하면서 걱정만 하기보다는 뭐든 하자하며 논문도 읽고, 영어공부도 하고, 팔굽혀펴기도 하고, 산책도 한다.
팔굽혀펴기 추천한다. 잡념을 없애는데 최고다. 더불어 건강도 좋아진다.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걸 그리 좋아하지도, 학창 시절 연극 같은 활동에 참여해 본 적도,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따라 해 본 적도 없다. 영화의 한 장면이나, 보러 갔던 연극의 한 장면을 내가 따라 한다는 생각을 떠올려보면 몸서리칠 만큼의 오글거림만이 느껴진다.
이 글을 쓰면서는 연기모임에 참여해 봐야겠다 생각하지만, 이 글을 발행하고 난 뒤의 나는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내 돈 내고 참여하는 모임에도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데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그리고 꼭 다 그런 이분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봐야 하는 건가, 그냥 하나쯤 안 하는 게 뭐가 대수인가 생각도 든다.
어릴 때, 무서워 용기를 내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쪽 분야에 있어서는 그것이 나의 한계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 이상의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더 용기를 내서도 안 되는 분야기도 하지만, 아무튼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이벤트로 내게 남았다.
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 나는 발을 내디딜 수 있을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면, 지금 내가 무엇을 미리 갖추어야 할까 생각하며 리스트를 써 내려보았다. 단숨에 15가지나 적었다. 15가지의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다. 과연 내가 이 모든 걸 두달 안에 해 낼 수 있을까. 아니면 어느정도라도 해 내고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이 리스트가 맞기는 한가.
작년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길 잘했단 생각이 요즘 들곤 한다. 원래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내게 많은 걸 가르쳐준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들곤 해서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계획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과,
행운은 용기를 뒤따른다는 것과,
용기를 낸다면 귀인은 나타날 것이라는 것과(사실 확신하진 못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시작해야지만 나타날 것이라는 것.
그래. 가보자. 내 삶에 있어 새로운 여정을 떠나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