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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요한 Mar 13. 2024

나의 바다

제주도 협재해변


 제주도의 협재해변을 처음 갔을 때는 밤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낭만적인 밤바다는 없었고 사람도 불빛도 없는 황량한 바다였다. 혼자 쓸쓸히 돌아서며 제주도는 너무 관광사업에만 치중된 여행지고, 바다도 생각보다 별로라며 마음속에 불만을 늘어놓았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니 멀찍이 반짝이는 바다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색이 어찌 그렇게 아름다운지, 파란색과 초록색이 오묘하게 섞인 그 빛깔을 보며 '푸르다'라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그 아름다움에 한참을 빠져있었다. 그러던 중 주변을 둘러보니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럴수가. 이곳은 어젯밤에 와서 불만만 늘어놓았던 협재해변이다. 제주도는 관광사업에만 치중했다느니, 바다도 별로라느니 했던 나의 생각이 얼마나 짧고 오만했는가. 


 어젯밤의 협재해변이나 오늘 아침의 협재해변이나 변함 없이 그대로 존재했다. 다만, 해가 빛을 비추고 있느냐 비추지 않고 있느냐의 차이였다. 나는 이 일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우리도 '바다'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비록 지금 우리의 모습이 보잘 것 없이 황량한 바다 같을지라도, 내일의 해가 떠오르면 푸른빛을 내는 아름다운 바다가 될 것이다. 해는 시기를 기다리면 떠오른다. 


 지금 내가 빛나지 않는 건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고, 나의 바다는 푸른빛을 품을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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