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분명 못 들었는데

by 송이안


아침 6시 기상 알람이 울렸다.

어젯밤 알람을 설정해 놓지 않았으니, 분명 언젠가 해놓은 알람이 매일 아침 계속되었을 텐데.

아무 일정이 없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할 이유까지는 없는 곤한 일요일에.

하필이면 그 알람이 들려왔다.

잠깐의 망설임.

맞아 오늘은 세탁을 하기로 했었지, 애벌빨래, 본 세탁 두 번, 건조까지 더하면 5시간은 넘게 걸리는데,

낮에 잠깐 나갔다 올 것을 감안하면...

이라는 생각까지 하다가 결정을 뒤로한 채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아마도 알지만 하기 싫은 것들일 테지.

조금은 뒤로 미뤄도 된다고 내 안의 누군가가 말했을 테지.

게으름을 속삭이는 악마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쉼 없이 이어온 강행군에 너무 피곤했던, 조금은 더 쉬고 싶어 한 어제의 나였겠지.

아니 일요일 아침 그대로의 나였으려나.


불안한 마음이 있었을까?

더 이상 빨래를 미루면 안 된다는 사실을 어젯밤 분명 확인했었다.

그래서였겠지.

7시에 알람 없이 눈이 떠졌다. '생각 말자'라고 생각했겠지.

몸이 저절로 일으켜졌다.

마치 집안일 로봇이 된 듯.

아무 생각도 저항도 기분도 없이 빨랫감들을 정리해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로 향했다.


뒤 베란다에서는 앞 집이 다 보인다.

아니 사실상 앞집과 길에서 내 집 뒷베란다에 서있는 내가 너무 다 보인다.


잠옷 바람.

그렇지만 중요하지 않아!

뭐라도 걸쳤으니 된 거지.

집안일 퀘스트 수행을 맡은 기계에게 중요한 것은 지체 없이 눌리는 시작버튼.

캡슐 세제를 던져 넣고 빨래 거리를 안착, 세탁기씨를 작동시키니 1시간 1분 후에 보잔다.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침실로 돌아온 나.

아까 너무 걷어차서 미안해.

이불을 조심스레 끌어당긴다.

낮은 베개조차도 베지 않아 커버만 있는 베개를 다시 정돈하고 눕는다.

몇 분 지났겠지.

그래도 1시간 1분 후에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