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길 바랄게
서로의 생일에만 연락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선물을 보내고 끝내기엔 부족하니 몇 마디 주고받으려고 하는 편이랍니다.
요즘은 잘 지내는지, 별 일이 있었다면 그날에는 그 얘기를 들어주곤 합니다.
스무 살 후반이 되니 약간의 불안감이 생기나 봅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관계들을 이런 식으로라도 잡아보려 한답니다.
꺼져가는 불씨에 부채질을 하는 느낌으로 선물과 안부를 전했습니다.
벌써 이렇게 그 친구와 생일에 선물과 안부를 전한 지 2년이 되어가네요.
선물의 쓰임새도, 가격도 매년 달라진답니다.
처음에는 예쁜 선물 혹은 간직하고 싶을 만한 선물 (예를 들면 무드등 같은) 들을
주고받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적인 선물 혹은 상품권으로 바뀌고 있네요.
가격도 조금씩 조금씩 오르면서 말이죠.
오늘은 그 친구에게 꽤 값이 나가는 바디워시를 보냈답니다.
보통 선물을 보낼 때 "예전에 너랑 ~ 했던 일이 생각나서 보냈어" 혹은
"네가 이거 좋아하는 거 같아서 보냈어"라고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막상 생각나는 말이 없었답니다.
"써보니까 괜찮더라"라는 말만 보내려다가
"이걸로 하루 마무리 잘해"를 덧붙였습니다.
선물을 보내고 나니 왜인지 서글퍼졌답니다.
생일에만 간간히 연락하는 게 점점 마음이 쓰였다고나 할까요.
다른 날에도 연락을 할 수 있지만 행동이 잘 따라주지 않는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보고 싶은 사람에게 바로 연락을 해보는 편인가요?
요즘은 형식적인 관계에서 벗어난 대화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답니다.
그런 누군가는 모두 저와 거리적으로 꽤 떨어져 있는 편이죠.
깊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편안하게 눈을 맞추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함께 비밀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