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p.227
나는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아버지의 대답에 대한 반항이자 자신만의 정답을 찾는 여정이다.
저자는 어렸을 때 과학자인 아버지에게 질문한다. 인생의 의미가 무어냐고?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 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p.54
7살 어린 딸은 이 대답을 듣고 오랫동안 우울증에 빠졌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칼세이건이라면 딸 샤샤에게 절대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다. 이래서 인문학이 필요할지도. 과학적 사실을 읊어대는 건 AI하나로 충분하지 않은가! 사랑과 지지, 응원을 원했던 7살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지... 인생에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그건 아이의 몫이지 아버지가 자식에게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같아도 인생 뭐 있어라는 자조 섞인 물음으로 인생 내내 우울했을 것 같다.
그런 그녀가 찾은 대안이자 대답이 바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었다. 지구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분류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초대학장이다. 수십 년에 걸쳐 지치지 않고 일한 결과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5분의 1이 그와 그의 동료들이 발견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물고기 어종이 이 사람이 한 업적이라고? 나 또한 이 책에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결국 이 책은 조던의 자서전에서 시작해 그가 쓴 논문과 책, 링크, 에세이, 동화책, 시 강의 계획서, 사설 등등을 총 망라한 작품이기도 하다. 한 사람에 꽂히면 그래 이 정도는 해야지 나 또한 필이 꽂히는 작가는 그의 책은 일단 다 읽고 보니 이 지점에서 영혼의 단짝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다시 조던으로 넘어가 보자. 그의 인생에도 당연히 불행이 있다. 형의 죽음. 첫째 부인과 막내 아이의 죽음, 지진과 화재로 수십 년 동안 모아 온 물고기 컬렉션과 표본이 박살 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조던은 절대 절망하지 않는다. 슬픔에 잠식되지 않는다. 그릿(포기하고 싶을 때 계속하는 방법)의 표상이 있다면 단연 조던이 될 것이다. 오뚝이 같은 심성에 반해 작가가 파고 또 팠던 조던은 동화 같은 결말을 맺지 않는다.
스탠퍼드 학장이 된 그와 가장 대척점에 있었던 인물이 제인 스탠퍼드였다. 그녀는 조던의 인맥으로 구성된 교수들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해임을 시키고 싶었다. 그랬던 그녀가 하와이에서 갑자기 사망한다.
제인 스탠퍼드의 죽음이 병사가 아닌 독살이라는 이야기는 추리소설급 장르로 변신한다.
책의 중반부터는 조던이라는 인물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다. 동료 교수의 비리를 감싸고 제인 스탠퍼드의 죽음을 돈으로 무마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막장 중의 막장은 찰스 다윈의 사촌이었던 골턴이 만든 <우생학>을 미국에 널리 퍼뜨린 인물이 조던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우생학을 주도적으로 나섰던 국가라는 것을, 불임화 수술을 합법화, 법제화한 나라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역사를 바로보지 않는 일본의 행태와 너무도 닮아 있지 않나.
작가는 열아홉 살에 수용소에서 불임수술을 받은 애나를 인터뷰한다. 애나와 메리의 삶을 통해 그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틀렸음을 아빠의 말이 틀렸음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민들레가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약초 채집가에게는 약초이자, 화가에게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이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p.227
자 그렇다면 이제 이 책의 제목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에 들어가 보자. 결국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읽은 독자라면 마지막 챕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 1980년대 분기학자들이 세운 원칙에 의하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물속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물고기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는 것을 산어류라는 비유를 통해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fish의 어원이 살을 먹었더니 뼈가 나왔다. 이것에 이름을 붙인 것이 바로 Fish라는 것. 작가는 자신의 사전에서 물고기를 없앴다고 하는데 fish에서 파생된 그 모든 단어가 사라져야 하는 아빠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고기는 단지 표정 없음, 말없음, 감정 없음, 사냥감이자 식량감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명왕성이 행성에서 빠졌을 때도 나만 아쉬운 것처럼 물고기도 인간이 만든 분류에 1도 신경 쓰지 않는다. 조던이 평생에 걸쳐 서 한 그 분류가 무용지물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게 될까?
물고기, 어류라는 단어는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지만 유용한 단어임은 확실하다. 단어 하나에서 해방된다는 건 결국 나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사랑도 찾고 아이도 입양했으니 그녀 인생이 해피하길... 개인적으로 바라본다.
룰루밀러가 추천 한 책 <살아야 할 이유>도 읽고 싶다.
모든 자 ruler 뒤에는 지배자가 ruler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