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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커피 Feb 05. 2024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vs 베갯머리 서책

철학의 활용법

 안녕하세요. 자몽커피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와 세이 쇼나곤의 <베갯머리 서책>입니다. 아~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고요? 저도 철학책을 처음부터 소개할 생각은 없었는데 인생사 생각대로 안 되는 거 다 아시잖아요?

 2021년에 출간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철학 부분에서 단번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핫하다면 핫한 책이랍니다.

 각각의 쳅터가 독립적이어서 기차 여행을 하듯이 한 칸 한 칸 읽어도 좋고 중간중간 건너뛰고 읽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새벽, 정오, 황혼으로 분류해 놓은 큰 쳅터에 마르쿠스, 소크라테스, 루소, 소로, 쇼펜하우어, 에피쿠로스, 시몬 베유, 간디, 공자, 세이 쇼나곤, 니체, 에픽테토스, 보부아르, 몽테뉴까지 저자라는 필터를 한번 거쳐서 나온 글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상에서 연구해서 나온 철학서와 다른 점은 작가가 직접 여행을 통해 철학자를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아테네에서 유럽, 인도, 소로의 호수 월든, 일본 교토까지, 특히 딸 소냐와의 대화 내용은 가끔씩 펀치를 맞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악명 높은 인도의 요가기차를 검색하는 나 뭔가요? 니체가 좋아했다는 실스마리아도 가보고 싶네요.


 요즘처럼 이불밖으로 나오기 힘든 날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떠올립니다. 로마의 황제도 '아침'이라는 적과 씨름을 했다는군요. 이유를 알 수 없는 가슴 통증과 복통으로 고생했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저는 그냥 힘들거든요.

<명상록>에는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글이 많다고 하네요. 아직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먼 나라 로마 황제가 갑자기 옆집 오빠처럼 느껴지는군요.

이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마법의 주문을 알려드릴게요.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 힘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스토아학파나 황제,

 심지어 로마인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p.36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나는 닭이 아니다. 나는 고양이가 아니다. 나는 인간이다. 그러니까 닥치고 일어나!


"호수의 찌꺼기"라는 별명을 가진 소로에 대해 알아볼까요. 예수님도 동네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듯이 소로도 동네에서 양아치 취급을 받는 청년이었습니다.

<월든>의 영웅이자 미국 설화의 사랑받는 아이콘, 환경주의의 주창자, 문학의 거성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월든에서 고립되어 살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요리를 먹으려고, 우체국과 카페에 들르려고 종종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은 마을로 향했습니다. 음식과 빨래는 여전히 엄마에게 의존하는 소로라니, 다시 <월든>을 읽는다면 이 미국아저씨가 더 친숙하게 다가올 것 같네요.

저는 소로의 '보는 법'을 읽고 나서 현재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걸,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알지 못한 채 섣불리 판단하고 재단했던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고 일으키는 오류 속에 빠져 살았던 거죠. 아주 오랜 시간 무언가를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관찰이 흥미로워지려면, 즉 중요한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주관적이어야 한다."p.121


 세이 쇼나곤의 <베갯머리 서책>으로 넘어갈까요? 1000년 전 교토의 잘 알려지지 않은 궁녀가 쓴 기이한 책으로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세이 쇼나곤은 중류 귀족 집안의 딸로 태어나 일본 고유의 노래인 와카와 한시문을 배워 교양을 쌓았습니다. 그 명성으로 993년 이치조 천황의 비 데이시 중궁을 보필하는 여방으로 발탁되었습니다. 이후 후궁 문화를 이끌어 가는 재원으로 활약했으며 궁중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일본 수필 문학의 효시가 된 <베갯머리 서책>을 썼습니다.

 저의 첫인상은 '두껍다'였습니다. 850페이지가 넘는 책이니 벽돌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수전 손택이 독보적인 목록 제작자였다면 세이 쇼나곤도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302개의 차례를 만들었으니까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는 297개로 나와있습니다) 차례와 그 글을 해석하는 해제, 주석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중간중간 삽화도 들어가 있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쇼나곤은 '진정으로 기쁜 것'으로 해석되는 오카시를 397번이나 썼습니다.

<베갯머리 서책>을 읽고 나면 당장 일기를 쓰고 싶어 집니다. 1. 사계절의 멋, 19. 근사한 집, 25. 어쩌지는 못하고 정말 얄미워-밉살스러운 것, 67. 마음이 불안불안- 마음이 안 놓이는 것, 91. 짜증-화나는 것..... 294. 맥 빠지는 일, 301. 밀회에서 읊은 노래를 제목으로 저만의 글을 쓰고 싶어 지네요. 작고 소소한 글쓰기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나아가며

전에 있었던 모든 일이 빠짐없이, 정확히 똑같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그토록 지우고 싶었던 부끄러운 순간도 영원히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만약 모든 것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인생에 가벼운 순간이나 사소한 순간은 없겠지요. 아무리 보잘것없더라도 모든 순간이 동일한 무게와 질량을 갖기 때문입니다.

니체의 영원회기는 자기 삶을 무자비하게 검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하죠. 영원히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더 나은 것이 있다. 춤추는 것. 춤춰야 할 이유를 기다리지 말 것. 그냥 춤출 것. 마치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내키는 대로 흥겹게 춤을 출 것. 삶이 행복해도 춤을 추고, 삶이 괴로워도 춤을 출 것. 그리고 시간이 다 되어 춤이 끝나면 이렇게 말할 것. 아니, 외칠 것. 다 카포! 처음부터 다시 한번. p.389


이번에 읽은 두 책은 가볍고, 재미있고, 그러면서 실용적인 책이었습니다. 철학은 저기 멀리 하늘, 우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그 옛날 소크라테스님의 말씀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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