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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커피 Feb 08. 2024

헬로 베이비 vs 다섯째 아이

임신 전과 임신 후

  오늘의 소설은 김의경 작가의 <헬로 베이비>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입니다. 앞의 소설이 임신 이전의 이야기라면 후자는 임신 이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대한민국은 출산율 0.84명을 기록하면서 '세계 최저'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인구소멸 1호 국가로 '대한민국'을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 0.72명, 2024년은 0.6명대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출산율 저하의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여성들에게 결혼이 더 이상 매력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고맙게도 두 소설은 결혼과 아이까지 원하는 부부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결혼은 하지 않은 채 아이만 원하는 37세 동물병원 원장 윤소라 같은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본인에게 문제가 있든 남편에게 문제가 있든 부부모두에게 문제가 있든 난임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아기천사 병원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6인의 카톡방 이름이 바로 <헬로 베이비>입니다. 

 

15년간 27번의 시험관 시술을 한 정효언니가 출산소식을 알리며 카톡방 6인의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38세 한지은-다낭성 난소증후군, 태권도 사범인 남편 무정자증. 임신을 위해  퇴사함.

37세 윤소라-동물병원 원장. 파혼 이후 정자기증으로 임신을 원함. 난자냉동.

46세 김정효 -명문가 맏며느리로 15년간 시험관 시술을 함.

44세 강문정- 일하다 보니 임신 시기를 놓친 프리랜서 기자.

44세 이혜경- 변호사. 자궁근종 수술을 받음. 마마보이 판사남편은 기형 정자.

37세 장은하- 매달 임태기에 연연하는 경장.

40세 최설주-정효 윗집여자. 쌍둥이에 동생까지 애 셋 엄마.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를 낳기로 한 작가의 경험담이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누구에게는 결혼도 임신도 출산도 쉬운 일인데 여기에 나오는 여성들은 임신이라는 산 하나를 넘기 위해 (자궁난관조영술, 다낭성 난소 증후군 수술, 근종 수술, 자궁내막자극술,  슈게스트주사, 프롤루텍스 주사, 콩주사 등등) 실험대 위의 개구리가 되는 모욕을 감내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산부인과라는 상급 학교에 가기 위해 난임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일들이 너무도 비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나이를 콕콕 박아 넣은 이유도 35세 이후는 임신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여성의 생리적 나이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의 차이점도 모른다며 남편을 서운해하는 혜경을 보며 저 또한 혜경의 남편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설주는 절대로 이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화젯거리라고는 임신과 육아밖에 없는 사람, 엄마가 된 것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말이다. 게다가 저 여자는 그런 기쁨을 알고 싶지도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설주는 아기 낳은 것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다. 가끔은 적대감도 느꼈다. 설주는 아랫집 여자도 그런 부류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기와 중국어를 동일시하는 사람. p.136



정효언니의 출산을 축하하는 날이 바로 구정당일이라는 설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정효언니집에 경찰들은 왜 찾아오는 걸까요? 모두가 임신하면 폭파하자던 헬리베이비 단톡방은  어떻게 될까요? 

 

<적어도 애는 여섯 명>은 낳을 거라고 호텔 같은 대 저택을 구입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영국 런던, 24세의 해리엇과 30세의 데이비드는 직장파티에서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 넷을 집에서 출산합니다. 이 대저택엔 여름휴가와 부활절, 크리스마스 때면 부부의 부모와 형제자매 조카들이 와서 연휴를 즐깁니다. 여기도 대한민국과 비슷하다면  육아는 친정엄마찬스를, 집 대출과 생활비는 시아버지에게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아이 넷을 낳고 한동안은 아기를 갖지 말자고 조심했지만 막내 폴을 돌볼 새도 없이 다섯째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원했던 아이가 아니어서일까요. 이 아이는 해리엇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임신 기간 내내 진정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것, 도깨비, 요괴, 짐승, 이방인, 파괴자란 표현이 다섯째 아이에 대한 해리엇의 표현입니다.  네 아이 모두 집에서 출산했지만 다섯째 아이는 집이 아닌 병원에서 출산을 하게 됩니다. 네안데르탈인 같은 외모로 태어난 벤은 물과 기름처럼 가족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말과 감정을 교류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다섯째 아이 출산 이후로 그녀는 피임을 하게 됩니다. 해리엇에게 피임은 자연의 섭리에 감히 손을 댄 사건으로 그들의 삶, 과거,  가치관이 무너지는 일이었습니다.

 금쪽이 벤이 1살 때 개와 고양이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데이비드와 양가 부모는 시설을 알아봅니다. 그리고 벤이 3살 때 요양원에 보내버립니다. 그곳은 장애아와 기형아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구속복을 입힌 채 하루종일 약물을 투여하는 곳이었습니다. 


4명의 정상인 아이 vs 1명의 비정상인 아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벤을 선택하는 해리엇에게 공평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게 잘못인 걸까요?

이 두 책을 읽고 여성에게 원죄처럼 떼어낼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임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고귀한 일이지만 어느 조직, 사회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개인의 사적인 문제로 취급되기도 하죠. 출산의 도구로 여성을 바라보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여기에 여성들이 동조할 생각이 없는 것도 현실이니까요. 

자신의 소중한 분신을 위해 아기를 원하든 그 어떤 이유에서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성들이 모두 대단해 보였습니다. 나 또한 벤같은 아이를 낳게 된다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난임 부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길, 다자녀의 경우 감동에 가까운 혜택이 주어지길 바라봅니다. 그 어떤 자녀도 신의 선물임을 잊지 마시길...




우리가 복권 당첨에서 무엇이 나올지를 선택할 수 없듯이 아기를 갖는 일도 마찬가지랍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간에 우리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자신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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