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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 Apr 25. 2024

2022년 봄이 되기 전 겨울, 보령

바다가 그리울 시기였다.

바다와 산 중에서 산을 더 좋아하는 나는 매일 아침 창문만 열면 보이는 산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니 질리지 않고 좋았지만, 바다를 좀 더 좋아하는 동생은 종종 바다를 그리워했다.      


그리울 시기가 와 어느 바다로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아빠가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된 지 얼마 안 됐으니 터널을 건너 바다를 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보령으로 향했다.     



마스크가 필수인 시기였던 만큼, 식사도 조금 조심스러워 

여행을 갈 때 넓은 가게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간단히 차에서 끼니를 해결하곤 했는데 이번 여행도 가는 길엔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휴게소에서 마실 것과 간식거리를 사고 미리 도시락 전문점에서 산 도시락을 먹는데 이 순간도 다 여행에 포함되어 있어 즐거웠다.     


멀미 때문에 어디쯤 왔는지도 모르게 푹 잠들어 있는데, 부모님이 급하게 날 깨우셨다. 

깜짝 놀라 눈을 떠 앞을 보니 해저터널 입구가 보였다. 

매번 산을 뚫고 가던 터널을 보다가 바다가 보이던 입구에서 들어가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터널 가는 동안 동영상을 찍어야지! 하고 신나서 폰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터널이 너무 길어 조금만 찍고 내려놓았다.      


한참을 달려 첫 번째 바다인 원산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 주차장이 넓어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꽤 있었고, 주전부리를 파는 곳도 있었는데 자세히 가보니 국화빵이 있었다!

겨울 간식 중에서 단연코 나에게 일등은 국화빵이라 신나서 국화빵 쪽으로 가까이 갔지만, 아무래도 바다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바다를 보고 돌아와서 사기로 했다.      



탁 트인 바다와 파도 소리가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파도 소리와 쨍한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물결들을 보는데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에 한참을 바다를 보며 서 있었다. 

고운 모래와 함께 큰 바위가 눈에 띄었다.

파도 끝과 바위 위의 나무들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데 그 모습도 꽤 멋져 한참을 바라봤다.

파도 옆을 따라 쭉 걸으니, 추운 겨울 바다라 수영을 하며 즐길 순 없어도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덥지 않아 바다를 오래 작품 보듯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리고 잊지 않고 국화빵을 사 차에서 먹었다.

이제 막 만들어져 따뜻하고 맛있었다. 국화빵 파는 곳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하지만 붕어빵이 압도적이라, 이렇게 종종 국화빵을 발견하면 보물 발견하듯 정말 행복해진다.      


   


이어 두 번째 바다로 향했다. 

원산도 해수욕장 한 곳, 안면도 해수욕장 한 곳을 가기로 해서 두 섬을 잇는 원산안면대교를 지나는데 여러 섬들과 멀리 보령항, 그리고 산업단지들이 있어 배와 공장이 많이 보였다. 

색과 크기가 다양한 배들이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이 인상 깊어 차 안에서 바다를 열심히 살펴봤다. 

비교적 작은 거지 배니까 클 텐데 멀리 엄청나게 큰 배들이 있어 작고 귀여워 보였다.      


모든 교통수단을 디자인적으로 매력적이게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배를 가장 귀엽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얼핏 보면 바다에 떠있는 섬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다. 바다와 섬을 그릴 때 종종 섬을 온통 검은색으로 칠할 때가 있는데, 그림자처럼 그리다 보면 종종 배와 비슷하게 그려질 때가 있다. 그렇게 자연의 일부분과 비슷한 모양을 한 배가 꼭 작은 섬들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귀엽다고 생각한다.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노란빛이 하늘에 깔리기 시작할 때쯤, 샛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 이름이 참 예뻤다. 이름처럼 샛별이 쏟아지듯 노을 지는 하늘을 따라 바다 역시 더 반짝였다. 

사람이 우리 가족 말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바다라 마스크를 벗고 바다내음을 크게 맡았다. 

점점 추워졌지만 추위를 참고 좀 더 서있다 분홍빛 하늘이 되어가자 다시 차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노을이 정말 예뻤다. 



이 모습이 그리울 것 같았다.    



보령해저터널, 보령시 원산도해수욕장, 태안군 샛별해수욕장, 원산안면대교

noki.and.no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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