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을 알아보는 법
왜 우리는 그들을 처음부터 알아보고 거절하지 못했나
오랜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또 편안하다.
신규때 좌충우돌하던 우리 세 사람은 같은과 발령동기로 만났다. 참한 규수같은데 일본 레이디 느낌이 난다고 해서 규슈라는 별명을 가진 언니와, 빨간머리 앤 같은 순수함과 낭만을 가진 앤, 그리고 나. 우리 셋은 학교라는 사회를 가까스로 함께 배웠던 친구들이다. 이제는 다들 아이 엄마가 된 우리들이지만 서로를 만날 때만큼은 사회 초년생같은 풋풋한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오랜만에 본 우리들은 한참 추억담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어쩌다보니 가스라이팅과 관련된 경험을 서로 나누고 공감하게 되었다. 거절을 못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얘기하다, 서로가 겪은 좋지 못했던 인연들을 끊어낸 얘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1. 규슈언니는 은근히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친구에게 기분 나쁜 선물을 받은 일이 있었다.
"너 생각해서 샀어, 이건 얼굴 까만 사람에게 어울리는 블러셔야."라며...
(게다가 실제로 규슈언니는 얼굴이 까맣지도 않다.) 만날 때마다 어딘가 불편하고 찜찜했지만 그 친구와 종종 연락은 하고 지내다 서서히 멀어졌다고 한다.
2. 앤이라는 친구는 일곱살 난 딸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동성 친구에게 지속적으로 물건을 빼앗기고 있다며 속상해했다. 페트병에 색종이를 붙이고는 "너 내일 지우개 가져와." 같은 글을 써서 딸의 가방에 넣어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딸 친구 엄마는 그나마 상식적이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 멀리하기도 그렇고 계속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깨달은 결정적인 사건은 그 친구가 딸의 볼을 깨물고는 "너네 엄마한테 절대로 말하지마, 말하면 너랑 안 놀거야." 라고 협박한 일이다. 일곱 살도 이렇게 영악할 수가 있다! 이 사건 후에야 앤은 유치원을 옮기려 알아보고 있다.
3. 나 역시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지만 만날 때마다(혹은 통화할 때마다)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친구가 있었다. 수업이 많아서 목이 아프니 짧게 통화하자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두시간 가까이 자기 말을 쏟아놓는 친구였다. 원치 않는 시간에 시도때도 없이 전화가 오기도 하고 역시 원치 않는 선물을 안겨주기도 해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친구였다. 같이 아는 친구 집에 초대받아 놀러갔던 사진을 SNS에 올리자 자기를 빼놓았다며 3년 넘게 괴롭히기도 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서 응원하고 싶은 의도로 무슨 일인지 물어봤는데,
"그런거 지인들한테 말해봤자 뜯어먹으려는 사람들뿐이야." 라는 둥 곡해하는 태도가 너무 불쾌해서 결국은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인연은 무엇이든 소중히 여겨야 할 것 같고 손절하면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았지만 오히려 후련하고 행복했다.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돼서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곁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1. 보고 난 뒤에 찜찜하고 불쾌한 기분이 드는 사람
2.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사람
3.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람
한 마디로 배려가 없고 소통이 안되는 사람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타인을 가스라이팅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딘가 불쾌하고 찜찜한 기분이 든다면, 그건 당신의 직관이라는 빅데이터가 그 사람을 거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짧다. 힘든 관계에 낭비하기보다 같이 있을 때 행복한 사람들, 자극이 되고 배움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선용할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