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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상상 Aug 07. 2024

순천만 습지-갯벌 속으로 뛰어들다

자연이 만든 생명의 정원

말뚝 망둥어가 갈대 사이로 뛰어다니고 농게가 한쪽만 큰 집게발을 들고 갯구멍 속을 넘나드는 순천만 습지, 그 생명의 땅에 다녀왔다.


운좋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생태해설사님과 함께 갯벌 생물을 깊이 있게 관찰할 수 있었다.


세계 5대 연암습지로 꼽히는 이 곳은 국내 연안습지 중 최초로 2006년 국제습지보호조약인 람사르습지에 등록되기도 했다. 람사르 조약은 물새 서식처로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조약이다. 새들은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습지가 오염되고 훼손되어 그들의 보금자리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8월의 태양은 너무도 뜨거웠다. 그 가운데에서도 해설사님께서 날카로운 갈대숲을 헤치고 다양한 저서(낮은 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보여주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시는 모습을 보며 내게도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5살 꼬마는 폭염속에 갯벌마저 질척질척 발을 잡아당기니 금방 짜증을 내며 시원한 생태체험관으로 돌아갔다. 평소 땅굴파는데 관심이 많았던 8세 오빠만은 끝까지 체험을 즐겼다. 그래도 딸도 잠자리에서 오늘 일을 즐겁게 얘기하는걸 보면 '체력과 마음이 허락하는 선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농게와 도둑게, 말뚝망둥어, 대추귀 고둥, 논우렁 등 많은 생물들이 논 속에 숨어있다가 어느 순간 그 자태를 드러냈다. 되도록 다치지 않게 채집해서 관찰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도둑게는 땅에서도 서식이 가능하고 땅까지 내려와 먹이를 먹고 가는 통에 도둑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명이다. 냄새가 나지 않고 흙과 돌등만 잘 준비해주면 오래 살아서 반려게의 대명사로도 여겨진다. 이 때문에 실수로 멸종 위기종 게를 도둑게로 오인해 잡아다 중고마켓에 판 사람이 처벌받은 예도 있다고 한다.

말뚝 망둥어의 가슴에는 하트 모양 빨판같은 지느러미가 있어 기둥에도 붙어있을 수 있다. 관찰기록장에 그 모습을 그리며 오래동안 관찰했다. 한 생물을 이토록 자세히 들여다본것이 오랜만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볼수록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한 글귀처럼, 보면 볼수록 귀엽고 기특하다. 몰려있는 두 눈이 우습고 볼록한 양 볼이 귀엽다. 이 갯벌 속에서 제법 높 점프했다가 다시 나름의 고공 활강을 시도하는 모습이 말뚝 망둥어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채집한 생물들에게

1. 괴롭혀서 미안해

2. 보여줘서 고마워

3. 건강하게 잘 살아

세 가지 인사를 하고 방생했다. 게들과 망둥어는 놓아주자마자 제 갈길을 찾아가듯 빠르게 갯구멍을 찾아 움직였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그네들의 반질한 몸이 반짝 빛났다.


약동하는 갯벌의 호흡을 아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시간, 아이들도 부모인 우리도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갯벌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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