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몇 년의 시간을 지울 수 있다면.
근처에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어.
이름처럼 참 평화롭고 차분하니 좋더라.
평온의 숲이야.
이름을 잘 지어놓은 것 같았어.
언제 가도 울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참 힘든 일이야.
사람을 보낸다는 거.
많은 사람들이 하늘에 별이 되신 분들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추억하고
각자들의 사연을 담은 사진과 편지들로 꽉 차있더라고.
너를 보고 나서 다른 분들의 편지까지 읽어보게 됐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
어때? 잘 지내지?
너한테는 너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다녀갔나 봐. 사진이 바뀌고 아이들이 많이 컸더라고.
네가 없이 예전처럼 지내는 게 너의 가족들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닌가 봐.
너의 아버지께 너를 대신해 전화를 드리려고 수십 번 고민하다가 그냥 하지 않았어.
혹시나 해서 말이야.
하늘로 보내는 우편함이래.
저기에 글을 써서 담으면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살아가야 될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저렇게라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 만들어 놓은 시설들이 참 좋다고 생각했어.
슬프고 또 슬플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저렇게라도 해놓은 게 말이야.
너를 보내고 며칠 뒤에 다시 갔었을 때는 그렇게 많이 슬펐는데. 그래서 지금은 좀 덜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래도 많이 슬프고 그리웠다.
위치는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니 이름을 한번 검색해 봤어.
너무 슬프서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가 없더라고.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네가 떠나기 전에 혹시 네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게 되면 꼭 찾아달라고 했었고.
절대 안 된다고. 어떻게든 내가 뭐를 돕든 돕겠다고 했고 아이들을 꼭 생각해 달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너는 몇 주가 지나지 않아서
혼자 가는 길을 택했었지.
아직도 마음이 아파. 더 욕하고 때리고 아니면 울어도 보고 해서라도 지켜줬어야 되는데.
외로운 길을 혼자 가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사람이 온다는 게 너무 커다란 일이라던데
사람이 떠나간다는 것은 더 힘들고 아픈 일이야.
그냥. 보고 싶어서 갔었어. 너 덕분에 사진 몇 장으로 너의 가족들의 안부를 알게 되었고.
혼자 그리워하고 슬퍼할 수 있는 시간도 되게 소중하더라.
힘들었던 것만큼 그곳에서는 행복하게 잘 지내고. 가끔 또 꿈에 찾아와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줘.
고맙고. 많이 그립다.
사실은 지울 수 있다면 지웠으면 하는 기억이기도 한 너와 만든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