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내려 놓은 삶
아이들을 이해시키기 힘든 그런 삶
계절이 바뀌면서 지나간 추억들이 가끔 생각이 나고는 한다. 나는 주로 아들하고 잠을 같이 자는데 아들이 잘 따르던 삼촌이 생각난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하늘에 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아들이 블랙박스를 계속 다시 돌려보고 범인을 잡고 싶다고 하는데 차마 스스로의 선택으로 하늘나라에 갔다고 할 수가 없었다.
가족처럼 생각하고 따랐기에 더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았다.
많은 시간을 같이 했기에 추억이 많고 또 계절이 바뀔때마다 했었던 캠핑, 여행, 키즈까페 등 아들이 기억하는 게 많다.
문득 내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곤 하는데 아직 자살을 이해하지 못한 어린아이기에 대답을 해주기가 애매한 것이 많다.
노래를 듣거나 익숙한 냄새가 불현듯 지나갈 때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빠가 없는 세상은 생각도 할 수가 없다며 슬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잔잔한 감동이었다.
'아빠. 삼촌은 진짜 하늘에 별이 된 거야?
'우리가 죽으면 하늘나라에서 만날 수 있어?
'죽을 때 아프지 않았을까?'
'삼촌도 우리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늘나라는 진짜 있는 거야?'
참 대답해 주기 쉬우면서 이해시키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늘에 별이 되었다고 해도 충분한 답은 아니고 우리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해도 어떤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지가 궁금해지며 우리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생각을 할 수 있지를 궁금해한다.
조금 더 크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었다는 걸 알게 될 수도 있을 텐데 걱정이 된다.
우리 가족에게는 참 고마운 존재였다.
그들의 가족이 부부싸움이 잦았을 때도 우리 가족들은 함께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싸움도 많았고 심각하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는 여행을 통해서 시간을 보내 화해를 유도하고는 했다. 그렇게 어렵게 보낸 시간이 허무하게 그는 좋지 못한 선택을 했다. 하루종일 딸을 안고 다니고 아들을 돌보던 자상하고 좋은 아빠였기에 아이들이 많이 걱정이 된다.
그가 떠난 뒤로 우리는 두 번의 해외여행을 했다. 올해 해외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우리 가족들만 좋은 시간을 보냈다.
같이 있었더라면 아이들이 더 많은 추억도 쌓고 우리도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을 텐데 항상 아쉽기만 하다.
언제쯤 나도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오랜만에 기억을 돌이켜보면 좋았던 얼굴은 잘 생각이 나지 않고 죽고 나서 병원에 있던 얼굴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 사진을 다시 보면 자살하기 전 우울한 얼굴이 있는 거 같아 죄책감이 되곤 한다.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럴 수도 없다.
우울증이었을까?. 단지 힘이 들었을까?.
그렇게 고통스러운 선택을 할 만큼 힘든 일이 있었을까?.
고마웠던 기억이 너무 많은데 얼굴에 대한 기억은 병원에 얼굴이 너무 각인돼서 생각나니 내가 미칠 노릇이다.
최근에는 내가 돌아가신 외할머니 꿈을 꿨다. 꿈속에서 엄마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물놀이를 하시는 할머니는 너무 행복하게 웃고 계셨다. 군대 생활을 한다고 잘 찾아뵙지 못하고 아프실 때 몇 번 뵙고 돌아가셨는데 외할머니보다 더 그리워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피가 섞이지도 않았지만 가족처럼 같이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었다. 우연하게 같이 시간을 보냈던 전에 살던 집에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갔었는데 동네가 많이 변해있었다.
같이 보내던 시간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는데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나도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었던 것 같다.
계속해서 생각을 하고자 해도 얼굴은 병원에서 모습만 생각이 나는 게 떨쳐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렇게 웃고 즐기며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는데 기억에는 슬픈 얼굴뿐이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삶을 내려놓는다는 게 참 여러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가는 참 나쁜 짓인 것 같다. 나도 이런데 그의 가족들은 어떤 심정일까. 그리고 언제나 최고의 아빠였던 그의 아이들은 얼마나 큰 고통일까?.
아이의 무심한 질문에 생각이 복잡해졌다.
누군가는 하늘에 별이 되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은 흐르고 기억에서 잊히는 그런 하늘에 별이 참 안타깝고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