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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Oct 18. 2024

비가 오는 가을날 떠난 널 기억하며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좀 흘렀네.

우리 가족의  삶에는 변화가 없지만 올해 4.17일부터 쌓아놓은 추억에는 소중했던 너의 가족들과 함께 보낸 추억이 없다.

작년 겨울에 멈춰있고 그 시절이 그립다.

같이 좋은 걸 먹고 아이들끼리 어울리고 담소를 나누며 소주 한잔씩을 기울이던 그 소중했던 시간이 많이 그립다.

같이 보낼 때는 소소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할 수 없음을 생각해 보니까 그때가 진짜 행복했던 시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아픔을 겪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져서 잊고 지내려고 하는 네 생각이 가끔 든다. 최근에 꿈을 꿨는데 모르는 사람 둘이 목을 매달아 죽은 걸 목격하는 꿈을 꿨어. 응급실에서 누워있던 네 모습을 보면서 네가 죽은 모습을 상상했던 대로 꿈에 다른 사람 두 명이 목을 매단 거야. 소름도 끼치고 무서웠는데 꿈속에서 그들도 상당히 지쳐 보이더라.


평소에 잊고 살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데 계절이 바뀔 때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듣던 노래와 아이들의 통화할 때는 꼭 생각이 많이 나곤 하네. 인연을 만드는 것도 인연을 끊고 지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네가 하늘로 가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고 있어. 아빠의 빈자리가 큰 너의 가족들에게 내가 있음으로써  불편함을 주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어떤 꼬맹이가 쓴 일기야.


'제목 : 할머니'

'오늘 꿈에서 할머니가 나왔다. 내용은 방학인데 학교를 가고 나서 할머니가 운동장에 있었다. 나는 물었다. 할머니 어떻게 다시 살아났어?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저승에 소원을 말하라고 할 때 소원은 우리 지후 얼굴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꿈이지만 행복했다.'


초등학생이 쓴 일기인데 맞춤법을 틀리고 삐죽빼죽 쓴 글씨로 꾹꾹 눌러썼는데  나한테 울림을 줬어. 저 꼬맹이도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고 그리워하는구나.

비록 꿈이었지만 할머니를 보고 슬퍼하거나 울지 않고 아이답게 그냥 할머니를 본 것에 대해서 행복했다고 했다.


나는 네가 꿈에 나왔을 때 나는 원망하고 화를 내면서 왜 그랬냐고 물었는데, 저 꼬맹이는 진심을 다해서 보고 싶었구나. 할머니를 보고 어떻게 왔냐 묻고 꿈에서 만나겠만으로 행복해하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큰 울림을 줬다.

좋은 길을 잘 선택해서 갔다고 믿고 있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거는 어쩔 수가 없네.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족처럼 지냈기에 그리고 많은 걸 받았기에 진심으로 그리운 마음이 생기나 봐.

아픔 없는 곳에선 힘든 일 없이, 무거운 짐이 없이 항상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지?

혹시나 다시 돌아갈 기회를 준다고 한다면 꼭 먼저 손들고 내려가고 싶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한번뿐인 삶이라 우리가 다시 볼 수 없지만, 그리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잊히겠지만. 그래도 가슴 한편엔 좋은 사람을 많았고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고 행복했었다는 기억은 꼭 평생토록 간직하고 살게. 가끔 아들이 자랑할 일이 생기면 너한테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면서

니 얘기를 가끔 해. 네가 잘해줘서 아들에 기억에도 항상 좋은 삼촌으로 남아있어.


언제나 고마웠고 항상 행복하길 바라고.

최근에 꿈에는 네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너의 마지막 모습처럼 보이며 나타났지만. 네가 직접 와서 안부도 전해주고 그저 잘 있다고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 꿈을 꾸는 동안 너무 무서웠었다.


우리 가족에게 큰 고마움과,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줬고, 네가 결정한 마지막선택으로 우리한테 상처도 줬어. 이것저것 다 주고 간 너의 앞길을 항상 응원하고, 부디 다 잊고 항상 행복하길 진심 담아 기도한다.

비가 오는 어느 더운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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