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소리 Dec 23. 2024

아빠 없는 첫 생일을 맞이할 너의 아들

날씨가 추워지고 시간은 니가 없이도 잘 흘러가고 있어.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니가 없음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야.

니가 떠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또 니가 그리운 이유가. 매년 우리 아이들의 생일에 가족들이 모여서 축하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냈었잖아. 너의 아들이 니가 떠나고 나서 아빠가 없이 보내는 첫 생일이 내일이야.


아들은 어떻게 생일을 보내고 싶을까. 아빠가 없어도 그냥 가지고 싶은 선물을 받으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좀

적어질까? 아직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선물이 더 큰 행복으로 느껴질까? 우리가 인연을 맺고 매년 같이 시간을

보냈었고, 크리스마스를 두 가정이 보냈던 추억이 많은데 올해는 처음으로 니가 없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하늘나라로 가는데 처음에는 니가 많이 원망스럽고 화가 났다가 어떤 때는

너의 선택이 이해가 가기도 해. 죽고나면 아픔도 걱정도 책임감도 창피함도 아무것도 없으니까 모든 게 다 사라지니까

어쩌면 힘든 삶을 살아내기보다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해봤어.


니가 죽던 날 응급실에서 너를 봤을 때 분명히 고통스러웠을 텐데 너는 손이 다쳐있지 않았어. 고통보다 죽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테니까 너는 니가 메달았던 목에 줄을 다시 잡거나 하지 않고 그냥 죽음을 택했던 것 같았어.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다시 줄을 잡았더라면 손톱이나 손에 상처가 있었을텐데 말이지. 니 손은 깨끗했고 목에 상처만

심하게 났고 눈에는 눈물과 핏줄이 선명하게 남아 눈을 감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잖아.

사실 응급실에서 차가워진 너의 몸을 만지면서도 살아있었으면 했어. 좋은 사람인데 분명 이렇게 어린 나이에 돌아갈

길이 아닌데. 그렇게 니가 하늘로 갔어.


힘든일이 있을 때에 니 마음이 공감이 되고는 하는데,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너무 소중해서 너처럼 그렇게 힘든 선택을

하기엔 계속해서 아이들이 생각이나. 아내는 더 좋은 남편을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사람인데 나 같은 사람을 만나서 많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더 여유롭고 풍족한 아빠를 만나 태어났다면 우리 아이들도 더 좋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야.

너는 어땠니? 그 선택을 하기 전까지 분명히 많은 생각들을 했을텐데 저런 마음을 뛰어넘어 그렇게 힘든 선택을 하기까지가

얼마나 많이 힘들었어?. 도움을 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네. 옆에 있으면서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봄에 니가 하늘로 가고 겨울이 되었는데. 하늘에서 항상 잘 지내지? 언제나 그립다.

소소하게 보냈던 소중한 시간들이 더 잊혀지지 않고 선명하게 생각이 난다.

같이 있었을 때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소소한 시간이었기에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계절이 보내고 아이들의 생일이 순서대로 다가오고 시간이 갈수록 함께 보낸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너무 가슴이

아리고 그립다.


하늘에서는 언제나 행복할 너일텐데. 가끔 우리 가족들을 그리워해주고 니가 한 선택에 후회를 조금이나마 했으면

좋겠어. 언제나 행복하길 간절하게 기도할께. 고마운 사람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