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이겨내는 것

익숙해지지 않는 슬픔을 가슴에 묻기

아픔을 배워간다는 것.

어린아이가 오히려 더 성숙할 수 있다는 것.

진심 어린 위로가 큰 힘이 된다는 것.

초등학생 아들이 혼자 울고 계시던 장모님을 위로해줬다고 한다.

표현 못하고 혼자 아픔을 삼키던 장모님께는 손자 녀석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아들과 잠들기 전 침대맡에서 아들이 물었다.

'할머니는 집에 가면 혼자 어떻게 살지?'

혼자 울고 있는 할머니가 내심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였나 보다.

아들에 카톡에는

'할머니 외삼촌이랑 같이 갔어요?

'너무 슬프면 가족들한테 전화해요.'

'영상 통화해요 우리'

늦은 밤 할머니에게 보낸 아들의 카톡이었다. 주무시고 계신 건지, 더 마음이 아프셨는지

카톡을 읽지 않으셨다.

없어지지 않는 '1'을 보며 아들 녀석은

몇 번이나 핸드폰을 다시 보고 끄고 했다.

핸드폰과 패드가 연동되어 있어 패드 충전을 하다가 보게 되었는데 장모님께서 장인어른 폰으로 아들에게 어릴 때 같이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내셨다.

그리움이 크신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로 돌려보내는 일.

어쩌면 어린아이의 진심 어린 위로가 큰 힘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사위로서 아무리 같이 많은 것들을 하려고 해도 걱정과 미안함으로 괜찮다고 하시던 일이 많았는데. 아들 녀석의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가 장모님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자기 전에 아들이 어느덧 성장한 모습을 보고 잘 크고 있다는 든든함과 고마움이 마음 한편에 큰 울림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많은 손자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슬퍼하고 울었던 손자였다.

나도 모르게 아들이 그렇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아들도 아픔을 이겨내며 자기보다 더 아플 것 같은 할머니를 위로하고 걱정했다.

언젠간 헤어지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언제나 슬픈 건 어쩔 수 없는

그렇게 아픔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가슴에 여러 고통과 슬픔을 묻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찮은 척,

힘을 내고 또 힘을 내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