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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석 May 06. 2024

학원에 다니는 솔직한 이유는?





가끔 초∙중등 아이들에게 학원에 왜 다니냐고 질문을 하곤 한다.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하는데, 공부하려고, 혹은 공부를 잘하려고 다닌다고 표면적인 대답을 한다. 그러면 난 학원 안 다니면 공부를 못하는 거냐고, 잘할 수 없는 건지 말하며 한마디 더 묻는다. 진짜 솔직하게 답해보라고. 그러면 쭈뼛하며 대답한다. 엄마가 다니라고 해서요... 십중팔구 그 대답에 다들 동의한다. 실제로 초∙중등 아이들 중에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학교 공부로는 모자라서 부모님께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주장하는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아예 없진 않겠지만 매우 드문 일일 것이다. 내가 주로 말하는 기조가 그렇듯이 대부분의 일반적이고 보통의 머리를 가진 아이들 기준으로 학원에 다니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1) 과제


단순하게 강의 품질이나 효율적인 시간 사용을 따진다면 학원 다니는 것이 인터넷 강의를(이하 인강) 당할 수가 없다. 학원 강사들의 균일하지 못한 수준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인강은 다르다. 대부분 맛보기 강의를 제공하고 있고, 심지어 EBS는 무료다. 또한, 인강에 이름을 걸 정도의 강사라면 어느 정도는 검증받은 강사들이다. 나도 오래전에 인터넷 강의를 촬영한 경험이 있고, 그때도 추천과 카메라 테스트 등 선발 과정을 통해 채택된 경험이 있다. 그러니 학생과 학부모가 맛보기 강의를 보면서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비용 또한 현장 강의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을 찾는 첫 번째 이유는 과제라고 확신한다. 학습이라는 것이 특히, 고등이나 대학생이 아닌 초∙중등 학생의 경우에는 자율적이기 매우 어렵다. 아직 어리다 보니, 각종 유혹에 약한 것은 물론이고, 집중력 지속 시간 역시 짧을 수밖에 없다. 또, 강의만 듣고 이후에 자기주도학습을 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론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 수 있다. 


나는 실제로 아이들에게 수업은 공부가 아닌 단지 가이드 혹은 길 안내일 뿐이고, 진짜 공부는 과제라고 자주 강조하곤 한다. 길 안내를 받고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가 되어야 하는 매우 자명한 이유를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강의 품질이 아무리 좋다 한들, 강의 이후의 복습은 어찌 확인할 것인가? 대부분의 인강에서 강의 말미에 말을 할 것이다. 다음 강의 듣기 전까지 반드시 복습하고, 어디까지 문제를 풀어보라고 말이다. 그게 과제인 것인데, 그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 개개인 별로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 인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제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이루어지고, 안 했을 때 다양한 형태의 제재가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학원에서도 매를 들고 했으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서 제재 방법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어쨌건 아이들은 선생님께 싫은 소리 듣는 것이 유쾌할 리 없으므로, 반강제로 과제를 하기도 한다. 


초∙중등 아이 중에 40~50강 정도 되는 인강으로 한 학기 과정을 2~3개월의 기간 내에 온전히 학습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1강부터 마지막 강까지 다 수강하는 것을 완강이라 하는데, 완강을 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지만, 완강을 했다고 하는 아이 중에도 실제론 강의 틀어놓고 딴짓하는 경우도 많다고 고백하곤 한다. 물론, 현장에서도 10명 내외의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그 아이들이 모두 100% 강의를 잘 따라오고 학습 완성도가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완강 비율은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적어도 고등학교 2학년 이상이라면 자기 의지에 따라 인강을 신청하고 학습하고, 완강까지 하는 비율은 드라마틱하게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초∙중등 학생들은 자기 의지에 따라 인강을 서치하고 신청할까? 그 역시도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 그러니 그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초∙중등 학생 중에 40~50강 정도 되는 인강으로 한 학기 과정을 2~3개월의 기간 내에 온전히 학습한 경우가 있다면, 그런 학생은 학원에 다닐 이유가 없다. 인강으로 모든 학습이 가능할 것이며 매우 높은 수준의 실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또한 학교 공부만으로 전교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학생이 있다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매우 희귀한 경우가 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서 학원에 다니는 것이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아까워도, 학원비가 비싸도 어쩔 수 없이. 바로 과제를 받고, 그걸 검사받고, 또 야단도 맞고 그러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 과제를 하기 싫거나 자주 안 해서 야단을 맞고 있는 학생이라면 학원에 다니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도저히 안 된다면 개인 과외를 하는 것이 차선책일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수업만으론 공부라고 할 수 없다. 스스로 하는 과제가 진짜 공부인 것임을 명심하자.



(2) 시험


학원에 다니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시험이다.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시험을 겪어왔을 모든 부모들은 알 것이다. 시험 없는 세상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정기 고사(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없다. 시험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한 교육 정책이다. 중학교 1학년도 정기 고사가 없는데, 일부 학교들은 2학기부터 한 번 정도 보기 시작하려고 준비 중으로 알고 있다. 결국 중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대부분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는 첫 정기 시험이다. 그 정기 고사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과 본인 스스로의 궁금함, 잘못 보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과 긴장감은 생각보다 매우 커서 실제로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하는 아이들도 상당수 생기곤 한다. 


시험(Test)은 학습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일정 기간 배운 것을 점검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배우긴 했으나 아는 것은 별로 없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시험을 보게 되면서 복습이란 걸 하게 되고, 그 과정이 학습의 필수 요소이다. 특히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아는 것과 별개로 계산 실수란 것이 흔해서 이 또한 반복 연습을 통해 실수를 줄일 수 있는데, 시험 준비를 통해 이 과정을 수행하곤 한다. 


모든 학원에서는 학교 시험과는 별개로 꽤 자주 시험을 본다. 단원 테스트, 분기 테스트 등 다양한 명분으로 시험을 보는데, 이 또한 학원에 다니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다시 인강으로 돌아가서, 인강에서도 시험을 보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나 결과에 대한 믿음은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테스트를 보는 시스템이 있는 학원에서 근무한 적도 있지만, 글쎄... 글쎄라고 하는 이유 역시 다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학원에서는 때마다 시험을 보고, 그에 따른 리뷰를 하고, 통계를 내고 부모님들께 안내할 것이다. 그 결과가 절대적인 실력을 보장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위안거리는 될 수 있다. 인강은 이게 잘 안된다. 


그래서 학원을 선택할 때는 과제를 빠짐없이 내주는지, 시험은 언제 보게 되고 그 결과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확인하면 기본적인 검증을 할 수 있다. 그다음은 담당 선생님과의 호흡인데, 이는 case by case 인지라 뭐라 할 말이 없다.



이상 학원에 다니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고 인강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내 나름대로 인강을 활용하는 꿀 Tip을 다음 글에서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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