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잘 못 믿는 편은 아니었다.
남편과 연애 당시 첫 만남부터 남편의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났었다. 그 친구도 우리와 거의 비슷하게 연애를 했고 알고 지낸 기간도 5년이 넘었다.
그 커플이 우리보다 먼저 결혼을 했지만 아이는 없었고, 우리 아이를 예뻐했다.
남편이 우리가 이혼할 거라는 사실을 자기 지인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걸 알고 있었는데, 제일 친한 그 친구에게는 상간녀를 소개까지 시켜줬다는 걸 알았고, 그 친구의 와이프도 이 사실을 알았을 텐데 같은 여자이지만 나에게 숨겼다는 사실이 참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지도 않았고, 심지어 바람을 피우고 있음에도 나도 함께 알고 있는 본인 지인들에게 상간녀를 소개하고, 내가 술도 같이 안 마셔주고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하기로 했다고 와이프가 이혼하자고 한다고 떠들고 다닌 남편이 참 한심했다.
남편의 지인들이었지만 나와도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고 난 후 나는 사람을 못 믿게 되었다.
우리 가족 외에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ep 12. 끼리끼리
카드값이 많이 나왔지만 그거 값을 돈도 없다는 남편은 크리스마스에도 남편은 딸 선물을 챙기긴커녕 상간녀의 선물을 챙겼다.
생활비를 안 보내주면서도 딸이 밥은 잘 먹는지, 아픈덴없는지 안부는 안 궁금한 그..
상간녀는 남편을 만나기 전 유부남에 애 아빠를 만나다 상간소송에 걸린 이력이 있었다.
상간소송 합의 후 계속 남자를 만나다 남편으로 갈아탄 것.
나는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상간녀의 전 남자는 아직 상간녀를 못 잊은 듯했고, 남편은 그 남자를 만나서 약간 말다툼도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내가 지금 이 일을 겪고 있음에도 뭔가 돌아가는 상황이 드라마 같았다.
유부남 둘이 상간녀 하나를 두고 싸우는 뭐 그런 상황이랄까..?
이제 나는 분노도 화도 없다. 그냥 웃겼다.
하지만 남편이 상간녀에게 아이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겠다, 아이랑 놀아주고 오겠다 하는 말들을 하는 게 너무 짜증이 났다.
고작 한번 데려다주고 좋은 아빠인척, 고작 40분 놀아주고 상간녀한테 갔으면서 잘 놀아주는 아빠인척 거짓말 하는 게 너무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 둘은 내가 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더 깊어간 듯 보였다.
앞으로 다가올 상황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나는 이번을 계기로 헤어지기로 결심한 게 정말 잘한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술과 담배, 그리고 특정 운동, 잠자리 좋아하는 것들끼리 정말 끼리끼리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남편을 집에서 마주하는 게 싫었다.
소장을 날리고, 나에게 화풀이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아이가 있을 때 어떤 행동들이 아이에게 상처나 위협이 될 수도 있어 남편의 폭력성에 대비해 친정으로 잠깐 피해있었다.
하지만 내가 돌아온 이후에도 소장은 도착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만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