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집안에서 화목하게 자랐고, 아이들을
좋아했으며 어머니가 유아 관련 일에 종사하셨기 때문에 나도 자연스레 그 일을 돕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내 자식을 빨리 낳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키우고 싶었고, 이제 결혼을 했으니 남편과 상의했다.
나는 결혼 후 바로 갖고 싶었고, 남편은 1년 뒤에
갖기를 원했지만 합의 끝에 시도는 해보기로 했고, 그렇게 결혼 한지 한 달 만에 바로 아이가 생겼다.
ep 5. 아빠의 자질, 그리고 불행의 그림자
22년 1월 둘 다 원했던 예쁜 딸이 태어나고 너무 행복했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2주 정도는 친정어머니가 집에 계시면서 같이 아이를 봐주기로 하셨다.
신생아는 배고프거나, 잠이 오거나, 아프거나, 자기를 봐달라거나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운다.
남편은 자기가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아기가 자기 귀에 대고 크게 운다고 울지 말라고 다그쳤다.
친정 엄마는 우리를 키워 낸 사람으로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하나씩 알려줬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알려주는 걸 받아들이면 되는데 남편은 그거마저 잔소리로 다가오는 듯 어느 날은 친정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시큰둥했다. 친정엄마가 민망할 정도로..
나는 그 일로 남편에게 화를 냈고, 친정엄마는 불편해서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셨다.
새벽에 아이가 울면 한 번도 일어나려 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하루종일 케어를 혼자 해야 했고 결국 쌍코피가 여러 번 터졌다.
친정엄마는 보다 못해 다시 오셨고 남편은 친정엄마에게 사과했다.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이 육아는 처음이다.
처음이라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아빠들은 함께 육아하면서 배워간다.
그런데.. 이 사람은 보통의 남자들과 달랐다.
그저 자기 생각뿐.. 일하고 피곤해서 늦게까지 자는데 애가 크게 운다고 달래라고 소리치고, 내가 병원에
다녀온다고 잠깐 보고 있으랬는데 바운서에 타고 있는 아기가 울음을 안 그친다고 발로 바운서를 툭 건드리고.. 나는 홈캠 확인 후 빨리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점점 저 사람이 아빠로서 자질이 없구나 하는 걸 느꼈다.
다른 엄마아빠들과 달리 홀로 독박육아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아이가 싫지 않았다.
그냥 혼자서 집안일에 아이까지 돌보는 게 고될 뿐..
임신기간에도 아이가 태어나도 남편은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걸 고치지 못했다.
심지어는 아이와 내가 동시에 아파서 병원에서 수액을 맞은 날도 저녁에 술 한잔 할 사람 있는지 물어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모두 그렇다고 합리화만 했다.
나는 점점 이 사람에 대해 정이 떨어지고 해탈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여름, 빌라사람들이 속해있는 단톡방이 시끄러웠다.
이 빌라 몇 세대가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것!
당연히 우리도 포함이었다..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집주인이 한번 바뀌었는데 그 집주인이 사기를 친 것이었다. 뉴스에도 나온 일명 ‘빌라왕 김 씨’ 사건이었다.
이런 일을 처음 겪은 우리는 몇 날며칠 잠도 못 자고 해결방법을 찾았지만 죽어버려서 일이 복잡해졌다.
남편은 그 시점에 신경이 더더욱 예민해졌고, 우리는
싸우는 날이 더 늘어갔다.
부모라면 본인들의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영향이 가도록 하면 안 되는데 남편은 그걸 제어 못했고, 나는 아이를 끌어안고 운 날도 여러 번 있었다.
게다가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신혼부부청약도 당첨이 되어 계약금을 넣은 상태였고, 완공되면 문제없이 들어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패닉 상태였다.
우선 우리는 묵시적 연장으로 집 계약을 연장했고, 전세피해자 모임 단톡에 들어가 해결방법 등을 찾았지만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없었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사건이 터지고 2년째 되어가는 지금도 아직 경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