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과 붕어싸만코

by 윤이프란츠


평소 나의 관심 목록엔 아이스크림은 없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 되면 모를까, 꽃망울이 기지개를 켜는 춘삼월부터 바닐라. 딸기, 초콜릿 등을 섞은 31개의 다양한 메뉴가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을 서성일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입원으로 두 달째 금식 중이다 보니, 산모처럼 입맛이 변했는지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 달달한 잼이 들어간 쿠키, 시원함이 선명한 아이스크림이 자꾸 생각난다. 혹시 내 영혼 속에 어떤 순수함이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붕어 모양으로 빗어진 풀빵을 붕어빵이라고 부른다. 붕어빵은 본래 추운 계절 두 손을 녹이고 뿌연 입김을 불면서 먹었던 간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약간의 단팥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속을 꽉 채운 붕어싸만코가 출시되었다. 그때부터 사계절 내내 붕어빵은 냉장고에 두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붕어빵을 보면 언제나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그 붕어빵의 본질은 단순히 외형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크기가 크던 작던 상관없이 붕어 형태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물의 본질이란 항상 철학적이거나 고상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때론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 본성에 가깝다.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한 것도 복잡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쉬운 일도 어렵게 보고 선뜻 나서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내 감성이 무언가로 충만할 때는 서슴지 않았는데, 냉철과 이성보다는 감각과 기분에 쉽게 동요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앞을 향해 달렸던 모양이다. 언젠가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다.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라며 내 삶을 방치했던 것은 아닐까. 결국 중요한 일도, 정작 하고 싶었던 것도 놓칠 때가 많아졌다.


1차 항암치료 직후 응급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수술실로 들어가는 주치의가 내 뒤에 남은 가족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하자마자 나의 모든 게 끝날 뻔했었다. 그러나 주치의 예상대로 삶은 그냥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일상 회복을 소망하며 치료를 이어간다. 만약 내가 의사의 대화를 엿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절망에 빠졌을 것이고, 꿈결에 날 흔들면서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내겐 어떤 선택이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하나님께 큰 원망도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과연 나는 이제껏 행복한 삶을 위해 나에게 주어진 단순한 기회를 붙잡기 위해 노력을 했을까,라는 물음이 따랐다. 나 자신이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결정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았다면, 대신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단단한 붕어틀에 불을 가열해 만든 붕어빵은 항상 묶음으로 사 먹지만, 붕어싸만코는 사람 수에 맞게 개별 낱개로 구매하곤 했다. 붕어싸만코는 차디찬 냉기를 온몸에 두르고 스펀지 밥처럼 반듯한 모양으로 틀에서 인쇄되어 나온다. 은박지 재질의 포장지를 까는 동안 침이 목구멍 뒤로 넘어가는 소리가 아이에게서 났다. 아이에겐 붕어가 공예가의 작품은 아니더라도 그걸 소유한 순간부터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흘렀다. 부족하면 얼마든지 동네 편의점에서 보충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제껏 붕어싸만코를 보고도 즐거운 표정을 지을 줄 몰랐. 사소한 걸 즐길 줄 랐던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 붕어 싸만코를 무표정하게 먹었던 에 관해 반성한다.


익선동(2023)
독립문 영천시장(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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