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한 대가 경로당 옆 내리막 길에 오도카니 서서 쓰러질 듯했다.콘크리트 전봇대에 잠시 기대어 몸을 맡기려 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꽤 오랫동안을 간신히 저렇게 버티고 서 있었다. 시트가 놓여있을 뒷자리엔 초록색 플라스틱 박스가 붙어있었다. 아마도 어떤 식당의 음식 배달용이었을 것이다.
모델명은 'CITI 110', 이미 단종된 지 몇십 년은 족히 되었다. 오토바이는 지난 추운 겨울, 운행에 필요했던 방한 커버를 여태 핸들에 매단 채 검정 비닐까지 덧씌웠다. 오토바이가 긴 시간을 멈춘 까닭에 디스크 브레이크에선 붉은 녹이 눈물처럼 흘렀다. 그것만 몰랐다면 깨끗해 보였다.
오토바이 주인이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 이 동네를 떠났는지, 몸이 아파 병원에서 요양중인지, 오토바이가 방치된 사정을 궁리해 보다가 나는 겉만 멀쩡한 오토바이일 것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려면 수리비가 구매 비용보다 저렴해야 하는데, 오토바이는 지금 어느 짝에도 쓸모없는 무용(無用)일 테다. 수년간 배고픈 사람들에게 뜨거운 밥과 반찬을 날랐을 테지만 끓어 넘친 국물에 데이고 흘린 간장에 절여져 동맥경화에 걸린 상태다. 그렇게 낡은 부품들은 헐고 녹슬어 제 기능을 상실한 채 교체 시기까지 놓쳐버렸다.
환삼덩굴은 더러운 시궁창에서 싹을 틔웠다. 그것은 버려진 오토바이의 공허한 냄새를 맡았고, 개미핥기의 긴 혀처럼 날름거리며 치덕치덕 오토바이를 올라탔다. 그리곤 오토바이의 흔적을 야금야금 삼키기 시작했다.
환삼덩쿨이 허기진 배를 채우는 동안 작은 알갱이들이 한 움큼씩 오토바이 구멍에서 빠져나갔다.환삼덩굴은 까칠한 덩굴손을 뻗어, 손바닥 밑에 난 가시들로 오토바이의 목을 조였다. 오토바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숨을 참았다. 마치 그것을 기다렸던 것처럼.
자신을 무용이라며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곤 했다. 구석에 처박힌오토바이처럼 삶을 방치했다. 절망이란 물고기를 낚기 위해 자신을 낚싯바늘 끝에 매달았다. 그리고 절망이 입질을 하는 순간, 절망이 뿌리치지 못하게 힘껏 낚아챘다. 달아나지 못한 절망이 푸른 멍처럼 파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