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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캇아빠 May 14. 2024

말을 잘한다는 것

TV를 보다 보면, 간혹 출연자의 모습을 보고 나의 모습을 비추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나는 "말은 너무 잘하지만, 그래서 주변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사람"이 너무너무 부끄럽다.


나는 내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명한 후, 더 나은 방법을 제시했다. 때로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합의 과정은 공정했다고 생각했고, 상식적이고, 보편적 결과를 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대화를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 돌아보니,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창피함을 느낀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보편적 사실이라고 생각했고, 어떤 일은 정말 반박할 수 없는 당연한 상식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알기에 최선을 선택했고, 거기에는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와 다른 말도 있지만, 분명 틀린 말도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선택의 기준이 명확하기에 해법도 명확했다. 하지만, 사실은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랬고, 절대적 진실은 절대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최선과 차선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고, 옳고 그름은 관계에 있어서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말을 잘한다는 건, 아니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참 바보 같은 생각이다. 말은 결국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과 말을 듣는데 쓰여질 뿐, 말이 아닌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했다.


내 바보같은 고집에 아니 멍청함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것이 너무 늦어진건 아닌지 걱정된다. 지금이라도 말보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할텐데, 잘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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