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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캇아빠 Apr 17. 2024

좋은 친구들

오래간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들끼리 만난 모임에서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단다. 안부를 묻고 이것저것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실없는 농담을 계속한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주로 협박과 비난, 조롱이 가득한 이야기 들이 가득하지만, 그래서 계속해서 웃게 된다. 


“이번 여름에 들어와? 들어오면 각오해”


”돈 없어서 못 가. 그나저나 너 얼굴 완전 늙었어. 못생긴 게 이제 나이 들어 보여서 더 못생겨졌어 “


”반사“


누가 들을 까 창피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을 계속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 만나 벌써 20년이 넘은 친구들이지만 아직도 언제나 신선한 방법으로 서로를 화나게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아주아주 짧게 칭찬이 오간다. 기껏해야 누구는 손이 곱게 생겼다느니 하는 이야기 정도지만, 우리는 그렇게 20년 넘게 지내오고 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발이 넓었던 것 같다. 친구마다 고등학교 친구, 중학교 친구, 군대 동기 같은 이름표를 붙여야 했었다.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이 귀한 줄 몰랐고, 사람이 귀한 줄 몰랐었던 것 같다. 학교에 가면 친구가 있었고, 회사에 가면 동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인간관계를 많이 할수록, 사람이 귀하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관계는 넓지만, 깊은 관계는 점점 힘들어지고, 좋은 일을 같이하는 사람은 쉽게 만나도 안 좋은 일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 같이 웃는 사람은 많아도 같이 슬퍼해 줄 사람은 거의 없다. 서로의 인생에 치여서 친구라는 존재는 에너지를 소비하게만 한다. 하지만, 진짜 친구는 슬픈 이야기도, 힘든 이야기도, 말없이 들어주고, 농담사이에 걱정해 준다. 같이 있어서 에너지가 충전되고 몇 년을 보지 않아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하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내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게 된다. 내가 내 아이들만 할 때 만난 친구들을 지금도 만나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제는 나한테 하는 이야기보다 친구들한테 하는 이야기가 더 많고, 그 친구들에게 더 많은 위안을 받겠지. 만약 그런 친구가 없다면, 언제쯤 생기게 될까? 아니면 아이들도 나의 옛날처럼 지금의 친구들이 그렇게 귀한 줄 모르고 있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과 걱정들 말이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나의 부모님 세대들이 고민했던 것을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일 테고, 아이들도 언젠가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겠지. 그리고 그때 나의 아이들도 좋은 친구가 있어서 조롱이 가득한 농담들로 대화를 채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지개 반사, 반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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