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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캇아빠 May 17. 2024

걸음걸이만큼은 브래드피트처럼

사실 다를게 뭐냐

드디어 캐나다 토론토에도 봄이 왔다.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해서 외투를 입었다가 벗었다가를 반복하게 하더니, 이제는 모두들 속지 않겠다는 듯이 짧은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다닌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유니온역에서 사무실이 있는 이튼센터 근처까지 걸어서 출퇴근한다. (우리 집이 유니온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그리고 약 15~20분간 걷는 동안 온갖 사람들을 다 보게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 관광객, 중년부부 관광객, 갓난쟁이 관광객, 고등학생, 대학생, 타이즈차림의 조깅하는 여자, 그 옆에 또 다른 타이즈 차림 남자, (어떻게 남자인지 알았는지 묻지 말자. 생각만으로 불쾌해질 수 있다.) 경찰, 소방관, 공사하는 아저씨. 백인, 흑인, 중동인, 동아시안, 동남아시안, 키 큰사람, 키 작은 사람, 날씬한 사람, 배 나온 백인아저씨, 배 나온 흑인 아저씨, 배 나온 아랍아저씨, 배 나온 한국 아저씨 (뭘 봐?)


그렇게 아침마다 사람들을 헤치고 사무실까지 걸어간다. 그리고 그때 내가 유난히 신경 쓰는 일이 있다.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 있게 걸으려 노력한다. 세상에서 제일 잘생기고, 비율도 완벽하고, 완벽한 신발을 신고, 완벽한 팔 움직임. 완벽한 옷매무새로 세상에서 제일 당당하게 걷는다.


고개는 절대 떨구지 않고, 하늘을 가끔 쳐다보면서,  비가 와도 우산 따위는 쓰지 않는다. 나를 비정도로 막을 수 없다. 팔은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절대 소심하게 움직이지 않고 조금은 과장되게 흔들면서, 절대 급해 보이지 않게 걷는다. 그러면서 주변에 같이 걷는 사람들을 하나씩 쳐다본다. 손을 꼭 잡고 두리번 가리는 백인부부, 몸매를 한껏 자랑 중인 아가씨, 누군가와 화상통화 중인 인도 아저씨.


어차피 가는 길, 내 멋대로 내가 제일 잘나가 하면서 걷는다고 누가 뭐라 할 건가.


긴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이 왔다.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바라던 봄이고,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시작이 되는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그럼 이제 오늘도 또 한 번 뒤집어 볼까? 아자아자!! 브레드 피트 지나간다. 길을 비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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