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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캇아빠 Feb 11. 2024

어떤 글을 쓸지, 아직도 못 정했어요.

브런치는 각성하라

처음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나 문제지는 쳐다보기 싫어서, 그렇다고 거실에서 TV를 보겠다는 건, 오늘자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찾아뵙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음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언제부터 우리 집에 있게 된 건지 알 수 없는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것이 그나마 책상에서 공부하는 척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었었다. 그리고 그때 이딴 말도 안 되는 글, 나도 한번 써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군대를 갔다가, 다시 대학교를 복학하고, 졸업 후 얼래벌레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또 아이를 낳고, 이혼하고, 캐나다 이민 오고, 싱글파더로 아이 둘을 키우고, 또 얼래벌레 취직해서, 집안일하고, 강아지 입양하고, 애들 키우고, 강아지 키우고, 회사 다니다, 이제 조금 집안일은 손에 익고, 영어로 농땡이 치는 법을 터득한 지금 다시 글을 써보려고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했다.


브런치가 사정이 많이 안 좋아진 건지, 담당자가 퇴사하면서 브런치 망해봐라 했는지, 나 은퇴하고 글 쓸 거야라면서 장난치듯이 신청한 작가 신청이, 바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

브런치 작가 신청이 걸러내야 하는 바로 그 문제!


나는 아직 어떤 글을 쓸지 정하지 못했다.


소설을 써야 하는 건지, 퀴즈문제풀이를 해야 하는 건지, 드라마 보다가 열받는 장면을 토로해야 하는 건지, 안 그래도 만화 같은 일상 더 만화같이 보여줘야 하는 건지. 나는 아직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은 전혀 방향성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컴퓨터 앞에 앉아 어딘가 있을, 지금쯤 설날이라고 떡국을 맛있게 자시고 계실, 브런치 담당자님께 경고를 날리는 글이다.


"회삿돈 공짜 아닙니다. 밥값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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