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No Ragrets" 라고 검색을 하면 목에 문신을 남자의 사진이 나온다. "우리는 밀러가족"이란 영화의 한 장면인데, 목에 문신을 한 남자가 "NO RAGRETS" 라고 문신을 한 후, 문신을 한 것에 후회(regret)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스펠링이 틀렸다. 분명 스펠링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 후회할 것 같은데 말이다. 주인공 밀러는 한 글자도 후회가 없냐고 물어보지만, 남자는 단호하게 없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한국에서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 크게 두 개의 신상의 변화가 있었는데, 하나는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한 것이고, 하나는 팔에 문신을 한 것이다.
결혼이야 원래 캐나다에서 했었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간단했던 한국에서의 혼인신고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한국법원에서 이혼 법원판결문 발급 (합의이혼도 이혼판결문은 존재한다)
2. 공인번역 (한글에서 영어로)
3. 해당 판결문을 이용해 캐나다 변호사에게 의견서(Letter of Opinion) 받음
4. 판결문과 의견서를 제출해서, 온타리오 등록국(Ontario Registrar General)으로부터 해외이혼 승인서(Letter of Authorization) 발급 (2개월 + 2개월(서류미비로 재신청했다))
5. 해외이혼 승인서를 첨부해서, 결혼허가서(Marriage Licence) 발급
6. 실제 결혼 (결혼허가서에 주례자, 신랑, 신부, 증인 2명의 사인)
7. 주례자가 온타리오 등록국에 서류 제출 -> 처리 (약 2.5개월)
8. 결혼증명서 발급 (Marriage Certificate)
9. 결혼증명서 번역 (영어에서 한글로)
10. 한국국적자의 관할구청 (또는 영사관)으로 가서 혼인신고 (약 1.5시간)
시간은 조금 오래 걸렸지만, 뭐 별로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혼인신고라는 것은 부가적인 서류 작업일 뿐이고, 중요한 건, 결국 둘이 결혼생활을 잘 만들어가는 거니까...라고 하고 싶지만.. 쉬었겠어?
그리고, 두 번째로, 나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문신을 했다. 사실 그동안 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았지만 정작 어디서 해야 할지 몰라, 잘 찾아보고 있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문신하는 곳을 찾아, 홍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셨다는 말에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비문신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흘려듣고 있었는데, 홍대를 헤매고 다니셨다니, 꼭 찾아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비문신을 하고, 하는 김에 나도 같이 했다. 사실 원래부터 나는 나무문신을 하고 싶었다. 가족을 뜻하기도 하고 해서 말이다. 그런데, 막상 문신을 하려다 보니, 나와 연관 없는 아무 나무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문신을 하고 싶었고, 결국 나는 팔뚝에 스캇, 우리 집 개 문신을 했다.
그렇다. 지금 내 팔에는 개가 그려져 있다.
스캇은 9살 먹은 수컷 골든두들(골든리트리버와 스탠더드 푸들 믹스)이다. 처음 골든두들을 찾아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한 곳에서 털색이 원하는 색이지 않아 예약을 했던 사람이 취소를 한 아이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데려오게 되었다. 참고로 여기서 골든두들을 구하려면 태어나기 전부터 예약을 걸어, 태어난 후 확정을 하고, 태어난 후 8주가 지나면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찾았을 때는 4주 정도 지난 후라, 1달을 더 기다려 집으로 데려 올 수 있었다. 그렇게 스캇은 2016년 늦은 가을, 낙엽이 뒷마당에 가득한 날 우리 집에 왔다.
처음 언제든 뒷문으로 나가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뒷문에 종을 달아 종이 울리면 뒷문을 열어주었는데, 몇 번 훈련에 금방 익혔다. 머리가 좋은 개라고 좋아했지만, 그 머리 좋음이 우리한테는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집에서 있는 날이면 종은 수시로 울렸고 그때마다 혹시라도 훈련한 것을 잊을까 봐 문을 열어줘야만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스캇이 나를 종으로 훈련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눈 오는 날에는 같이 창밖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날 좋은 날에는 소파에서 같이 누워 낮잠을 자고는 했다. 어차피 혼자 자는 침대는 스캇과 같이 잤지만, 문제는 가끔 가로로 누워서 자고 있으면, 스캇을 피해서 가로로 누워 자기도 했다. 1시간에 한 명 만날까 말까 한 트래킹코스에서는 풀어놓고 산책을 했고, 가끔 사람이 나타나면 오히려 자기가 먼저 내게 와서, 목줄을 채울 수 있게 했다. 자전거를 탈 때면 옆에서 같이 뛰다가 발바닥이 다 벗겨지기도 하고, 카누를 같이 타다가 갑자기 물에 뛰어들어서 끌어올리다가 배가 뒤집힐뻔하기도 했다. 물만 보면 뛰어들고, 너무 오랫동안 물에서 안 나와서, 뛰어들어 구조해야 하나 하고 걱정하기도 하고, 목욕시킨 다음날 빗물이 고인 진흙구덩이로 뛰어들어 다시 목욕시켜야 하는 일을 반복했다. 발바닥은 1년에 한 번씩 벗겨지는 것 같은데, 그때마다 발에 붕대를 감아줘야 하고, 그럴 때면 계단을 오를 때 안아서 들어 올려서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눈 오는 날이면 얼굴에 눈이 너무 많이 붙어서 눈덩이들을 떼어내줘야 하고, 여름에는 온몸에 우엉열매가 털에 붙어서 몇 시간씩 떼어내줘야 했다. 다람쥐만 보면 달려 들지만 절대 잡을 수 없고, 산책할 때 풀어주면 멀리 사라져 버리는 우리 집 개, 스캇이 올해로 9살이 되었다.
그래서 팔에 개문신을 한걸 후회하게 될까? 어쩌면 그럴 수도, 하지만 지금까지는 꽤 만족스럽고, 후회할 것 같지 ㅇ낳다. 이제 결혼도 했는데,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오래오래 잘살자 스캇.. 아. 아니... 와이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