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받아야 하는 것들

by 스캇아빠

TV프로그램의 한 출연자가 사망하셨단다. 속사정을 어찌 알겠냐만은, 방송에서 보여줬던 모습으로 유추해보면, 결국 돈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 당시 출연자는 상담가에게 조언을 들었고, 받을 돈은 잊으라고 충고를 받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받아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과장되고, 가지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과소평가되는 법인데, 왜 받을 것만 생각했니 라며, 탓하다가도, 그 죽음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나 라는 생각에 후회가 든다.


받아야 하는 것을 못 받는 건 억울하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받을 때면 오히려 을이 되어 비굴해지는 것에 분노하고, 돈을 지불하고도 오버부킹이라는 이유로 비행기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해당 항공사를 피하게 된다. 20분 있으면 도착할 거라는 짜장면이 전화하면 언제나 이미 출발했다는 말만 들어도 화가 나는데, 몇 년 동안 번돈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화가 날까?


그런데,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화를 내기보다 참고 잘 살았어야지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30대 초반에, 청신경종양이라는 희귀 질환을 진단받았다. 그렇게 희귀 질환에 걸리면 주변에서 제일 먼저 물어보는 말이 있다. 아마도 많은 환우들이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꼭 듣는 질문일 거다.


왜?


나 스스로도 정말 많이 했던 질문이다. 내가 왜? 도대체 왜 내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보면, 어렸을 때 전학 왔던 그 여자 이에게 너무 심하게 굴었던 일까지 생각나게 된다.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병원에 있다 보면, 주위를 보게 된다. 그리고 주변을 보면서, 그나마 나는 괜찮은 편인 것을 깨닫고 안도했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나와 같은 질문을 발견하고는 곧 미안해진다.


“우리 아저씨는 말도 잘 못하는데, 수술이 잘 됐나 봐요? 무슨 비결이 있으세요?”


왜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묻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억울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지만, 받아들이라는 잔인한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듣는다. 나는 이렇게 억울한데, 내가 무엇을을 그렇게 잘못했는데 라며 말이다. 과연 그게 정말 환자들이, 보호자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 했어만 했던 것일까? 이 모든 것이 그냥 받아들여야 했던 것들인가?


가장 끔찍한 것을 이유도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도 있고, 받아야 할 것을 여러 사정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 더 억울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병을 치료하는데 더 신경을 쓰는 게 보통의 사람인만큼, 받아야 하는 것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보다,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그래서 오늘의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나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플레이스테이션 하나정도는 살 수 있잖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 오는 날은 쉬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