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뒷마당 문을 스캇에게 열어줄 때 하늘을 보니 유난히 어둡다. 여름이 끝나가고 해가 짧아져서 그런 거라고 설명하려 해도 과하게 어둡다. 결국 아이들이 집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린다. 아이들이 모자 있는 재킷을 입었는지 생각하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려 해도 여전히 걱정이 된다.
이제 내가 나갈 차례인데, 정말 지독히도 가기 싫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회사 생활이 불량해지고 있다는 걸 안다. 이제 좀 쉬면서 실업수당이란 것도 좀 받아보자라고 되지도 않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2주마다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숫자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아니 이렇게 벌어도 돈이 모자란 것을 보면, 그나마 월급이라도 없으면 얼마나 빨리 통장잔고가 바닥나고, 빚쟁이가 될지 쉽게 상상이 된다. 절대 순순히 그만둘 수없다.
직장생활을 학교졸업 전부터 시작했던 나는 회사원이 된 지 벌써 25년이 다 되어간다. 매번 이놈의 직장 때려치운다고 노래를 부르는 것 치고는, 꽤 오래 다니고 있다. 한 회사에서 3년 이상 다니는 것이 오히려 능력부족으로 보일 수 있는 직종이기도 하지만, 나는 조금 유별났다. 이직을 하고 6개월 정도 지나면 슬슬 다음 이직을 준비했다. 기술연구를 한다는 명목하에 기술시험을 준비하고, 시스템 안정화라는 명목하에 업무를 정리해서 이력서에 쓸 준비를 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이제 다 되었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4년이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4년이면, 둘째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고, 그때가 되면, 이 지긋지긋한 출근길 그만둘 수 있을까 다짐해 본다.
그런데, 그전에 비 오는 날은 좀 쉬면 안 될까?
PS : 결국은 또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