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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캇아빠 Sep 17. 2024

나의 시계는 몇 시일까?

나이를 시간으로 표시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방식은 80세를 24시간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라는데, 0시에 눈을 떠서 0시에 눈을 감는다는 식의 방식이 공감이 가지 않는다. 오전 6시에 눈을 떠서 자정에 잠을 자는 18시간으로 해야 지금의 내 시간을 표현하는데 알맞은 게 아닐까 우겨 본다.


오전 6시 (0세)  눈을 떠서, 오전 8시 (10세) 나갈 채비를 시작하고, 오전 10시 (20세) 집을 나선다. 오후 12시 (30세) 친구를 만나 어울리다, 오후 7시 (65세) 집으로 들어온다. 오후 8시 (70세) 몸을 씻고, 오후 10시 (80세) 자기 전 남은일을 정리하다, 자정에 (90세) 잠이 든다.


만약 이렇게 사람의 인생을 하루로 표현하는 게 맞다면, 나의 시간은 오후 4시쯤이다. 여전히 집을 나와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맛집을 찾기도 하지만, 7시쯤 집으로 들어갈 생각에 아주 멀리 놀러 가지는 못한다. 지금 있는 곳이 꽤 재미있기는 하지만, 또 익숙해서 편안하기는 하지만, 자리를 옮겨볼까 고민하게 되고, 지금 안 옮기면 시간이 애매해서, 더 늦으면 자리를 옮기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이제 조금은 처음 집을 나왔을 때와 같은 에너지는 없고, 조금은 피곤함을 느끼고, 조금은 오늘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지만, 시간이 조금 늦은 것 같다. 언제나 넘칠 것 같았던 시간은 어느새 이렇게 지났고, 오늘 하기에는 이미 늦은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 다만, 좋은 것이 있다면, 뭐가 뭔지 몰랐던 무서운 세상은 알고 보니 별 대단한 것 없는 그런 곳이 되었고, 여기저기 스쳐갔던 사람 중에 나와 마음이 맞는, 마음 착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내가 존경하는 길벗이 생겼다. 가끔 넘어지고 다쳤지만, 아직까지는 건강하고, 고맙게도 나를 믿고 따라주는 나의 아이들이 있다. 

깨어있는 시간과 자기 전 남은 시간이 비슷한 지금에 나는, 시간이 흐르는 잔인함과, 시간이 흐르면서 가지게 된 모든 것들에 감사한다. 나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의 시간이 더 감사하다.


초록색 나무들에 노란색이 물들기 시작하고,  길었던 여름날 태양도 점점 짧아진다.

아무래도 가을이 오긴 했나 보다. 올해도 우울증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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