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돌이 되겠다

by 북마니

사실 나는 성격이 밝고 웃기고 재미있는 여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일에 나서는 게 싫고 튀는 것도 싫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부담스럽다. 잘하는 일 도 ‘잘 못한다’고 말하고 심지어 누군가가 틀린 말을 해도 굳이 틀리다고 반박하지 않았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무난하게 조용하게 살려고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혹은 ‘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숨겨져 있던 개그 본능이 나오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나온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웃기는 말을 툭툭 던지고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 나조차도 ‘이게 나 맞나? 싶을때가 많다. 너무 극과 극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뇌신경과 애착, 아동발달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몸과 감각과 신경은 일반적인 평범한 상황에서도 ‘안전하지 못하다’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내 안의 편도체는 늘 깨어있었고 관련 신경망들은 별것도 아닌 작은 신호조차 위험을 감지햇다. 나는 HSP (Highly Sensitive Person) 즉 매우 민감한 사람이었다.


나는 빛과 소리에 민감하고 피부의 감각도 예민하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잘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나 톤의 변화도 금새 알아차렸다. 이런 특성은 역설적으로 내 영어 듣기 실력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그러나 밤에는 작은 빛 하나에도 잠들기가 어려웠다. 피곤한 날에는 커튼을 모두 닫아 빛을 완전히 차단해야 마음이 진정되고 피로가 풀렸다. 어렸을적에는 까칠한 옷은 입지 못했다. 지금도 침대 시트가 울퉁불퉁하면 평평하게 만들어 놓지 않는한 잠들수 없다.


기질적으로 타고난 예민성은 불안한 환경으로 인하여 더욱 증폭되었다. 매일 반복되던 부모님의 싸움과 폭력은 나의 불안감을 더욱 고조 시켰다. 신경계들은 더욱 예민해지고 작은 것도 아주 큰 위험으로 받아들였다. 나에게 세상은 안전하지 못한 것들로 가득찬 위험한 세계였을 뿐이였다.


게다가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엄마는 자신의 불안과 화를 모두 나에게 쏟아부었다. 엄마 역시 내가 미워서 그런것은 아니었을것이다. 본인의 불안한 자아는 불안과 화를 소화 하지 못했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항상 엄마편이던 나에게 쏟아 부었다. 성숙한 성인이라면, 아이를 감정쓰레기통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을것이다. 안타깝게도 나의 엄마는 자신이 자라온 방식 그대로를 나에게 되풀이 했을뿐이었다.


나는 조용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모난 돌이 되면 안되었다. 엄마의 마음을 거슬리게 하거나 화나게 하면 분노의 정을 맞아야 했다. 엄마의 기분이 안좋으면 살금살금다니고 말도 조심하거나 아예 하지 않았다. 엄마의 기분이 좀 좋아 보이는 날에는 그 분위기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개그를 하고 성대모사도 하였다. 그렇게 나는 ‘조용한 나’ 와 사랑받기 위해 ‘웃기는 나’의 두 얼굴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나는 이제 나의 원래 모습을 찾으려한다. 모난 돌이 되겠다. 자아와 주관을 가진 사람, 정을 맞지 않기 위해 조용히 숨죽이고 있어야만 했던 아이가 아니라, 눈에 띄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눈에 띄어도 괜찮고, 할말도 자신있고 멋지게, 그리고 당당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은 웃으면서 담담히 할말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나는 그렇게 될 것이다. 반드시.. 이제는 내 빛을 가리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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