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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Apr 15. 2024

유럽 아닌 유럽 세르비아

고독한 세르비아를 응원하며

지난주 태국 출장에 이어 이번 주의 출장지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이다. 세르비아는 2017년 첫 방문부터 인연을 맺어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서너 차례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처음 방문해 익숙하지 않을 때 도대체 유럽에서 세르비아는 어디에 있고 헝가리,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왜 EU가 아닌지 궁금했다. 이후 세계 테니스를 지배하던 조코비치미국 프로농구 NBA에서 가장 뛰어난 센터로 평가는 요키치가 세르비아 국적이라는 데에 라움과 호기심이 커졌다. 근래에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세르비아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어 테니스, 농구,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몇번 들어을 법한 나라가 세르비아.

세르비아는 우리에게 낯선 국가이다. 어디에 있는지 는 질문은 당연하고 조금 들어본 사람들은 내가 세르비아에 출장간다하면 '분쟁지역인데 괜찮으냐'가 질문이다. 지금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말이다. 세르비아에서 분쟁은 유고슬라비아 연이 해체한 1991년 이후 1999년까지 전개된 세르비아-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 그리고 최근에도 발생하는 코소보 갈등일 것이다. (1992년에 유고연방이 해체되었으니 국제법상으로 내전은 아니겠다.) 얼마나 심각했으면 역사와 지리를 잘 모르는 이들도 '괜찮으냐'라고 날 걱정하겠는가. 

세르비아내 치국이었던 코소보는 1989년 자치권을 박탈당한 뒤 코소보 내 알바니아인들의 저항, 세르비아의 탄압 그리고 1995년 NATO군의 세르비아와 코소보에 대한 공습 등으로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분쟁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갈등이 지속되던 2008년 2월, 코소보가 일방으로 독립을 선언하는 등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문제는 미해결로 남아있다. 물론, 현재에도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과 알바니아인과의 갈등은 일촉즉발 직전이다. 과거 세르비아 왕국,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중심국인 세르비아는 코소보에 대한 주권 인정과 EU 내부 문제로 2014년부터 가입 협상이 진행 중이나 여전히 후보국 지위이다. 즉 유럽국가인데 EU가 아닌 몇 안 되는 국가이다. 따라서 유럽여행 시 사용하는 유로貨가 아닌 Dinar를 사용하고 인접국이자 EU국가인 헝가리, 크로아티아 왕래 시 입국심사를 받아야 한다.


                                                                                                              


세르비아는 유럽에 위치하고 있으나 서유럽과 역사, 종교, 민족 측면에서 다르다. 아니 서유럽은 세르비아를 다르게 본다. 슬라브민족이고, 정교회를 믿고 키릴문자를 쓰기 때문에 유럽 2등 국가로 잣대를 대는 둣하다. 세르아를 발칸 화약고 원인제공자로 본다 세르비아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열강에 의해 분단되었듯, 현재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 원인도 부족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열강의 국경선 긋기에 기인한 것처럼 세르비아도 슬픈 역사가 있다. 500여 년 전 발생한 일이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세르비아 지역은 고대 로마 제국의 東과 西의 경계이고 중세에는 기독교 세력과 오스만의 이슬람 세력의 경계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특히, 세르비아는 13세기에 비잔틴으로부터 독립 이후 세르비아 정교회가 시작되었는데 코소보는 건국과 종교의 발원지이다. 또 코소보는 오스만 지배 시엔 비록 패했지만 항전을 벌인 지역이기 때문에 민족정신의 근원지이다. 즉,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자 우리나라의 백두산이다. 그러나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는 과정에서 알바니아 무슬림들이 코소보로 이주하게 되었고 이후 코소보의 민족 구성은 알바니아인이 80%, 세르비아인은 17%에  불과하다. 공식언어도 알바니아어이다. 갈등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슬픈 역사이다. 현재에도 극단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코소보를 인정하지 않는다.

     세르비아 외교부 청사 앞 배너 "코소보 없는 세르비아는 심장 없는 사람"이라 쓰여있다

         


1990년대 말 동서냉 붕괴 이후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면서 발생한 내전 중 코소보와 내전에 세르비아 군대가 개입했고 서방(미국과 서유럽) NATO가 개입해 세르비아에 공습을 전개했다. 내전인데 UN  평화유지군이 아닌 NATO 스텔스 폭격기가 출격한 것이다.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부 옛 국방부 건물은 폭격의 흔적이 그대로 있다.


NATO 공습을 받았던 국방부 건물




現세르아 대통령은 코소보와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U 가입의 첫 단추가 잘 끼워질 가능성 생긴 듯했다. 그러나 EU 확장성 회의론에 관한 내부문제, 세르비아의 러시아, 중국 위주의 대외관계, 세르비아 정권 안정성 문제 등에 기인해 가입절차가 중단되어 있다. EU와 세르비아 모두 가입에 무관심해 보인다.

그래서 동유럽의 중견국임에도 불구하고 서방세계로부터 진정한 유럽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세르비아를 가 보면 이곳이 내전지역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화롭다, 사람들도 여유 있고 치열했던 과거 大세르비아 중심국 그리고 제3세계를 주도했던 유고슬라비아의 영화는 잊은 듯하다. 시내에 1차 대전의 도화선이 된 청년 프린치프의 동상, 내전의 흔적, 민족주의의 외침 등을 쉽게 볼 수 있지만 무척 평화롭다. 지금보다 더 잘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세르비아 관문 베오그라드 공항 이름은 니콜라 테슬라이다. 수력발전소, 형광등을 발명하여 에디슨을 뛰어넘는 과학자를 배출한 국가라는 자부심을 입국 첫인상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세르비아는 골칫덩이가 아니라 인정받지 못할 뿐이라 생각된다.

고독한 동유럽의 강자 세르비아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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