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를 놓을 가구가 필요했다. 그런데 단순히 세면대만 놓을 생각은 아니었다. 따뜻한 물이 나올 수 있도록 '전기온수기'를 놓을 생각인데 전기온수기가 외부로 노출되면 보기가 좋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하부장을 만들어 안으로 전기보일러를 숨기고 일부는 수납용으로 사용하며 상판에는 세면볼과 수전을 놓으면 깔끔하고 실용적인 형태의 하부장 & 세면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계획하고 작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하부장의 사이즈는 전기보일러 사이즈와 수도 배관의 설비 공간을 미리 계산하여 디자인했다.
참고로 1인이 샤워하려면 50리터 전기온수기가 필요하다. 개개인의 물 사용량의 차이는 있겠지만 조금 여유로운 량은 50리터이다.
(전기온수기 사용 9년 차인 우든메이커가 추천하는 용량이다.)
이제 만들기를 시작하려는데... 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톱과 망치를 잡은 지 어느덧 9년~
2010년 처음 톱을 잡았다. 지금의 내 집짓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쌓아 온 기술과 무식하지만 용감한 도전 정신 + 아내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진행이 되고 있다.
원형톱, 트리머, 직소, 직각자, 클램프, 망치
이 공구와 도구로 첫 목공을 시작하여 9년 만에 '테이블쏘'를 득템 하게 되었다.
과거 테이블쏘 구입은 워낙 큰 비용이 투자되어야 했기에 구입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없으면 어때~ 원형톱으로 다 할 수 있어~'
그랬었다. 9년 가까운 시간 동안 원형톱으로 각종 가구 만들기와 인테리어를 충실히 해왔다.
테이블에 원형톱을 거꾸로 매달아 놓으면 '테이블쏘'였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아니다 세상이 많이 편해지고 좋아졌다.
(요즘엔 어느 현장을 가도 테이블쏘 다~ 있더라!!)
그렇게 큰 마음먹고 구입한 테이블쏘!! 신세계를 만났다고 할 수 있다.
테이블에 원형톱을 거꾸로 부착하고 사용할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1. 톱날의 깊이 조절이 쉽다.
2. 톱날의 각도 조절이 쉽다.
이다. 이 두 가지 부분은 작업에서 엄청나게 큰 변화를 준다.
작업자의 안전, 정밀한 작업, 빠른 작업!!
이것이 '테이블쏘'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단점은 '테이블쏘인데 테이블이 작다.'이다.
큰 판재 가공이 어렵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확장 테이블'을 만들거나 원형톱으로 컷팅을 할 수 있도록 재단시스템을 구축해 두어야 한다. 확장 테이블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어렵다.
수직 & 수평을 완벽하게 잡으며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학교에서 배운 수학공식은 종이 위의 허물일 뿐이다. 이것을 실제로 구현내 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이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테이블쏘 확장 테이블!!'
드디어 '욕실 하부장'을 정밀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9년간의 원형톱 경험은 테이블쏘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하부장 재료는 당시 핫 했던 '아카시아나무'를 선택했고 테이블쏘로 정밀하게 재단하여 확장 테이블 위에서 조립하여 완성시켰다.
테이블쏘로 만든 첫 가구의 탄생이다. (감격의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렀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부장에 세면볼, 수전, 전기온수기, 샤워수전을 설치하여 드디어 손 씻고 세수하고 심지어 샤워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그 환희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이 시점이 기존 공방에서의 작업 시간이 줄고 이곳에서의 작업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작업 공방의 이전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