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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ADHD

ADHD 진단을 받았던건 작년 12월이다.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그 산만한 병에 대해서는

과거 내 어린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는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의 손에 쥐어주신 설문지 몇장과, 선생님과의 15분 정도의 면담으로 ADHD가 진단된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사실 주변에 산만하거나, 또는 더 공격적인 아이들도 보이지만, 그들이 내원해서, 20분의 이 시간을 거치지 않으면, 그 아이는 단순히 '산만한' 아이로 치부되고

 나처럼 병원을 찾으면 'ADHD' 병을 가진 아이가 된다는 사실이다. 


허나, 그것까지는 내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 


내 아이가 ADHD 인건 무조건 맞는 사실이다.


약을 써야 한단다. 

어설프게 알아본 바로는' 6살 부터 약을 쓸 수 있다고 하던데요.. 저희 아이는 아직 5살하고도 5개월인데.. 

너무 이른건 아닌가요..' 라고 말해본다.

'이르지만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적당 양으로 약을 복용해도 됩니다.' 명쾌했다. 


만 나이 5살, 우리는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닌다.

선생님의 메일

주변 아이들을 건드린다, 터치를 한다. 중얼거림, 착석이 안된다. 

ADHD 아이들의 집중력 저하와, 과잉행동 들에 대해서 지적해주시고, 집에서도 지원을 부탁하시는 메일을 종종 받는다.


 겨울 방학을 보내고 다시 개학을 하고, 아이의 문제 행동의 교정을 위해 담임과 주임선생님이 나와 한자리에 모였다.

  아이는 ADHD가 맞고, 약을 6살 부터 쓰고 싶다. 그동안 조금만 도와달라고 했다.

자신들의 역할이 도움을 주는 것이고, 이런 경향을 가진 아이들은 항상 존재하였으니, 함께 힘을 내보자는

선생님들의 말씀 너무 감사했지만, 그것이 당연함이 아니라는걸 안다.

 그들 또한 지치고 버거운 순간이 있을테니..가끔 나 또한 이해 할 수 없는 아이의 행동이 있으니깐.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은  유난히 감정적이고, EQ가 높은 나에게는

아이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받을 힘듬을 생각하고, 공감하게 만들었다.

 그런 메일이 오는 날은 밤에 잠들기 전까지 앓아 눕곤 했다.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건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나를 바닥으로 내팽겨 치는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 이건 아직 시작도 안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  정신이 번쩍 차려지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생활 5개월만에 같은 학년 학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가 다니는 학교는 거의 학교 선생님께서 중간에서 연락을 하시고, 알려주시는 중간 역할을 잘 해주시는데, 이분은  개인적으로 내연락처를 알고 계신 분이셨기에, 나에게 직접 연락을 보내셨다.



곧장 전화를 걸었고,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여쭤보았다.

아이가 점심시간에 당신의 아이 밥에 침과 이물질을 튀게하거나, 음식으로 장난을 쳐서, 당신의 아이가 밥을 못먹는 일이 잦았다고 하셨다.

 우선 상대방 아이가 같은 반이 아니고, 아이의 이름을 한번도 우리 아이에게 들어본 적이 없어서 예상도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순간 오죽하면 연락이 오셨을까 싶어서, 죄송하다고 먼저 사과 드렸다.

너무 예의 바르게 요청하셔서 정말 미안했다. 특히 아이의 식사에 더욱 신경을 쓰는 상황이셨는데, 학교에서 우리 아이 때문에 밥을 못 먹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으니, 속이 상했다고 하셨다. 

  평상시에 차분하고, 친절하신 분이시라고 생각했던 분이셨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다.

분명 참다가 이렇게 연락을 주셨을 텐데 말이다..


 사실  그분과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있다. 

 본인은 속이 상한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매주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참 미안했다.

 미안하다고 말밖에 할 수 없는게 더욱 힘들었다.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가 ADHD이고,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라기 보다는, 행동을 컨트롤하는 것이 힘들다.  계속해서, 자신의 입에서 이물질이 다른 친구의 식판에 떨어지거나, 침을 뿜는다면, 상대방 친구가 너무너무 싫어하고, 더러운 행동이라고 알려주겠다고. 그리고, 한동안은 당신의 아이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밥을 먹도록 알려주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계속 그런 일이 반복될 수 있으며, 그럴 때에는 학교의 도움을 받아서 둘을 마주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다. 연락을 주신 것이 이해가 가고, 충분히 마음이 전달되었지만,

 나의 아이가 결국 이렇게 남들과 다른 아이로 자라게 된 것을 처음으로 무섭게 실감하게 되었다.

나중에 하교를 한 아이에게 물어보니, 이녀석은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이게 더 문제다.

그런적이 있어서, 친구가 힘들었다고 말하니, 사과를 해야겠단다. 그리고 앞으로는 안그러겠단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지만, 5살 녀석에게는 그게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절대 평범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이해를 바래서도 안되는,이해 할 필요도 없는

문제가 있는, 존재 만으로도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손이 떨리고, 진정이 안되어서, 진정제 약을 먹었다.

앞으로 수도 없이 이런 전화를 많이 받게 되겠지..

절대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이유를 대고, 핑계를 대어서는 안된다. 객관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니깐.

아무도 이해 할 수 없고, 이해를 바래서도 안되니깐.

오로지 엄마, 아빠만 그 아이의 행동이 이해될뿐 사회에서는 이해 될 수 없는 행동이니깐.


ADHD 아이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확실히 규칙을 지키는게 힘들다. 

그들은 정말 잘 알아 듣는다. 누구보다도 나쁜 행동이 무엇이고, 좋은 행동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거나, 무언가를 순서를 기다려야 할 때, 거절을 당해서 슬퍼지거나, 속상해지면 동작이 커진다.

그들의 몸은 빙글빙글, 베베 꼬이고, 손에 쥐어든 물건으로 소음을 만들거나, 입을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엄마는 안다. 몸을 빙글빙글 돌리는 건 얘들아 나좀 봐봐, 나 엄청 심심하다. 나한테 먼저 와서 말걸어줘라는 것을... 호기심이 많고, 그걸 상황에 맞게 컨트롤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계속 궁금하면 바로 바로 질문하고, 냅다 만져본기 일쑤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속사정을...... 이걸 누가 알아주고, 알아줄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 (이런 브런치같은 공간에라도, 우리의 속사정을 좀 적어보자... 한명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이게 핑계로만 들리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걸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는 게 아니다.

선생님 물건을 만지면 안된다고, 선생님이 멈추라고 하면 몸을 멈추라고. 숨을 깊게 쉬고 뱉으라고,

가끔 숫자를 마음속으로 10까지 쉬고, 눈을 감으라고 알려주고,

 심심할때에는 나 너무 심심하다고 말로 하는거야 그리고 친구들이 어떤날은너랑 안놀수도 있어, 그건 친구들의 자유야. 그럴때는 기다려야해, 혼자서도 노는 법을 배우는거야. 그래서 친구들은 소중한거야.

거절 당해서, 속상하고, 무서울꺼야. 그래도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물건을 던지거나, 소음을 만들어서는 안되는거야. 기다려봐, 예쁜 행동, 친구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하다 보면, 너에게 다가와줄거야 어떻게하면 좋은 모습일지를 생각해보고 우리가 하나씩 만들어가보자.

내가 매일 잠들기전, 학교가기전에 해주는 이야기다.

실수하고 나서는 너무너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거야. 사과를 안받아줄수도 있어, 그 순간 너무 화가나서, 그래도 기다려야해. 사람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뀌는거야. 그래도 친구가 사과를 안받아주면, 그건 포기해야지...


그래 우리가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인지를 못하고, 그걸 하라고 부축이는게 아니라는걸.. 

그냥 적어보고 싶어서 장황하게 적어봤다. 

우리도 ADHD 진단을 받지 않은 아이를 낳은  부모님들처럼, 제대로된 생각을 가지고

 최대한 훈육을 하고 있지만, 아이가 그걸 바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은하고 싶다. 

하지만 그걸 말해봐야 무슨 소용있겠는가...



가끔 아이는 과연 이걸 알아들을까.? 싶지만, 가끔 자기가 먼저 내가 해준 이야기를 되돌려서 말해주는걸 보면 분명 어느정도는 이해를 하고 있는 거 같다. 근데 그게 안되는거 같다.


난 이제 이런 전화를 받거나 연락을 받는다면, 상대방의 어머니가 얼마나 속상하셨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게 당연한거다. 가해를 가한 엄마는 피해 아동 엄마가 받아 주실때까지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저희 아이가 잘못한거 맞아요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못한 것은 맞아요.

노력을 하고 있어요.

남들하고 다른 아이를 낳은 저의 죄에요. 제 잘못이고, 그래서 고통받고 있어요.

저희는 따로 떨어져서, 피해를 주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걸알아요.

왜냐면 아이가 바로바로 좋아지는게 아니거든요. 이해해주실수도 없고, 이해 해주실 필요도 없어요.


그래서 저희를 피하세요. 저희가 무서워서가 아니고, 더러워서라도 저희를 피하세요.

저희도 최대한 정상적인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숨어서 조용히 살게요.


나는 속으로 이렇게 울었다.


아이에게 말했다.

밥을 먹을때 음식이 튀는건 너무너무 무례한 행동이야, 친구는 그걸 싫어해.

친구들과 조금 떨어져서 밥을 먹고, 또 그렇게 계속 행동이 나오면,선생님에게, 너는 혼자 밥을 먹게 해달라고 부탁해....

그리고 이젠 부모로서,  안아주면서 또다른 진실을 말한다. 

어떠한 모습이라도 널 사랑해. 나는 항상 네곁에 있을 거야.

하지만 앞으로 계속 조금씩 나아져야 하니깐, 엄마가 너의 속도에 맞춰서 알려줄게

포기하지말고, 계속 배우고 좋아지자..


오늘도 울었다. 앞으로도 울게지.

앞으로도 넘어지고, 쓰러지겠지..

브런치의 이 글들이.. 내 속마음을 좀 끄적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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