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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희 Feb 10. 2024

선생님 저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었어요.

도망가고 싶었던 선생님

선생님 저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었어요.


 점심을 먹다가 우리 반 한 아이가 내게 말했다. 이 아이는 나에게 참 힘든 아이였다. 나는 27명의 3학년 학생들의 반 담임이었다. 나의 첫 제자들이었다. 하지만 우리 반은 우리 학교 최고 기피 학년, 반이었다. 27명 중 꽤 많은 아이들이 상담 및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다. 지금 나에게 이렇게 말한 아이는 아직 그런 치료를 받지 않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상담만 받고 있는 학생이었다. 


 저 말을 듣고 나는 머리가 띵했다. 나의 제자, 나의 학생이 나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한 것이다. 평소에 굉장히 예민하고 또 폭력적인 돌발성 행동이 자주 나오는 아이라 처음부터 내가 꽤나 자주 관심을 갖는 아이였다. 


 다른 친구들이 이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것도 여러 번 있었고 나와 많은 얘기를 하곤 했다. 아무래도 가정에서도 그리고 학교에서도 많은 문제 행동을 일으키니 본인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특이 행동을 많이 하여 내가 관심을 많이 가져줄 수 없었다.


 솔직히 벅찼다. 불평 불만도 많이 했다.


 왜 나는 이런 반, 이런 학생들을 만나서 이렇게 괴로워야 하지? 왜 나는 이렇게 힘든 교직 생활을 처음부터 해야 하는 거지? 다른 동기들은 좋은 아이들을 만나서 나름 만족스러운 교직 생황을 하는 거 같은데 왜 나만 이래야 하는 거지? 일종의 회피였다. 내가 맡은 반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을 내 학생들을 책임을 져야 하는 교사임에도 책임을 지는 것이 벅찼다.


 그러던 와중 우리 반의 그 아이가 내게 저런 말을 한 것이다. 즉시 학교 관리자 선생님 및 학부모 그리고 상담 선생님께 보고를 하고 이 아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의논했다.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하여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지역 정신과에 연계하여 학생이 전문적인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그리고 내가 계속 그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절차적 조치이고 내가 이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 그런데 하교 후 내 책상에 그 아이가 접어서 준 편지가 하나 있었다.


 선생님 아프로 말 잘들을께요. 제송합니다.


 맞춤법이 엉망이 된 체 쓰여있는 단 한줄의 편지였다. 나는 거기서 이 모든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많이 반성했다. 10살짜리 꼬마 아이도 본인을 바꾸려고 그리고 더 잘해보려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나는 무엇인가. 불평 불만만 하고 지금 내가 맡은 이 상황에 대해서 책임지고 싶어하지도 않고 두려워만 하고 있는 내 자신을 온전하게 바라 볼 수 있었다.


  나는 이 아이들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했던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한 아이의 저 용기 있는 편지가 나를 바꾸도록 만들었다. 


 그 날 이후 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첫 담임은 항상 힘들다곤 했지만 나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저 날, 저 편지를 보고 나서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그래 나니까 우리 애들 맡지 어떤 교사가 우리 애들 맡겠어. 내가 잘 끌고 가보자.


 신기하게 그 이후 나는 내 반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관심이 붙으면서 활력이 생겼다.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 달라졌고 도망가기에 바빴던 나는 분석하고 준비하여 나의 맡은 바 임무를 하려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더 이상은 도망가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언가를 주고 준비할 마음이 생겼다. 신기하게도 그 마음을 아이들이 제일 먼저 눈치를 채고 알아주었다.


 나는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리고 인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데는 오래 걸렸다. 힘든 것이 있으면 도망가려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하지만 도망갔을때 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맞서고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 다음의 상황을 생각해야 뭐라도 된다. 비단 27명의 10살짜리 아이들이 있는 교실 안에서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자기 자신을 그리고 나의 힘듦과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고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방학식날 그 아이가 내게 와서 말한 것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선생님처럼 좋은 사람 만난 거 태어나서 처음인데 이제 헤어져야 하니까 너무 슬퍼요 내년에도 선생님 반 하고 싶어요.


 나는 이렇게 답해주었다.


00이가 선생님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야 나중에 또 편지 써줘 선생님 잘 읽을게


 그러자 그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무슨 편지요?


우리는 한 동안 웃었다. 당사자 본인이 썼는지 기억하지도 못하는 그 편지 한 통이 다른 한 명의 사람을 바꾸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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