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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희 Feb 11. 2024

뻥치지 마 우리 선생님이 그럴 리가 없어

나를 돌아보게 하는 그 말 한마디

4월 초로 기억한다. 4월 초 우리 반은 생존수영을 하러 지역 스포츠 센터 수영장에 일주일 동안 가게 되었다. 정말 긴장되었다. 3월에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나 나름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었고 이제 1달이 지난 상태였다. 이 아이들을 아직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의 내가 선택한 방법은 공포 정치였다. 나도 내가 이렇게 무섭게 화낼 줄 몰랐다. 화를 내니까 아이들이 조금씩 말을 듣는 것 같아 계속 화만 냈었다. 특히 학교가 아닌 외부로 나가는 이 시기에는 내가 더 예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생존수영을 나가기 전부터 정말 엄하게 얘기도 하고 장난을 치는 아이들에게 크게 혼내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은 것인데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공포정치를 하는 것은 딱 1달 간다. 그것보다는 교실 내 학급 운영 시스템과 교사와 학생 간의 긍정적인 라포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그 당시 나는 이러한 부분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하게만 교육을 했다.


생존수영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한 아이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시리예요. 저에게 무엇이든지 물어봐주세요.


항상 엄하게만 대해왔던 아이인데 그 아이가 먼저 나에게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솔직히 너무 귀엽고 웃기고 재밌었다. 그래서 나도 장단을 맞춰주려고 이렇게 말했다.


시리야 오늘 날씨는 어때?


네 오늘 날씨는 조금 맑지만 이따가는 날씨가 어두울 예정입니다.


빵 터졌다. 아이폰 ai 기능 중 하나인 시리의 흉내를 잘해주어서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그런데 옆에서 듣던 여자 아이가 자기 짝꿍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우리 선생님이 00에게 시리야 오늘 날씨는 어때 이렇게 말했어.


그랬더니 그 짝꿍이  듣고 하는 말이 이랬다.


뻥치지 마 우리 선생님이 그럴 리가 없어.


그 말을 나는 조용히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나의 모습이 어떤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미안했다. 내가 항상 엄하게만 아이들을 대해서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거리감을 두었고 그들에게 있어서 나의 모습이 되게 무서운 이미지만 있을 것이었다. 저 한마디로 나는 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또 하루는 수영장 창문을 통해서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되게 순수하고 또 재미있게 수영장에 있는 것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그러고 또 어떤 아이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 웃는 모습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요. 처음 웃는 모습 본 거 같은데


아이들의 입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의 모습은 내가 꿈꾸던 선생님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


그것이 내가 꿈꾸던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내 모습은 무서운 선생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그날 나의 모습을 깨닫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나하나씩 인스타나 교육 유튜브를 보면서 내 학급에 필요한 시스템을 넣어보고 빼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봤다. 화만 내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대화법도 바꿔보고 재미있는 새로운 수업도 시도해보았다. 아이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그러한 나의 노력을 알아주더라. 


아이들을 통해서 내 모습을 보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그 모습을 계속 확인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이 되었다. 오히려 아이들이기에 더욱 솔직하고 순수하게 나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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