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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 Ban Mar 22. 2024

랜드오브배드, 익숙하고 맛있는 미국식 영웅주의

덩케르크, 미드웨이 제작진에 러셀크로우까지.

영화광의 길을 걷고자 하는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보고 내 머릿 속에 남은 감탄은 이것 하나.


"전우애만큼이나 공동의 인간성을 연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공동의 인간성을 연결한다는 표현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책의 서두에서 처음 보았다.

처음엔 문장이 너무 어려워 아리송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참으로 탁월한 표현에 한동안 감격했다.


나는 당구, 탁구 같은 개인 스포츠보다 축구, 롤과 같은 팀 스포츠를 좋아한다. 팀 스포츠가 주는 전율과 그 진한 재미의 맛을 본능적으로 일찍이 알았던 것 같다.


팀 스포츠가 주는 재미란 결국 공동의 인간성을 연결하는데서 오는 엄청난 감정의 물결 같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영화는 전형적인 미국식 영웅주의를 구현한다. 미국 첨단 화기의 강력함을 보이는 화려한 시각적 효과라던가, 한 명의 전우라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이 목숨을 던지는 뜨거운 전우애라던가, 이혼과 결혼을 밥먹듯이 하고 매번 불평, 불만이 가득해보이지만 애국심 하나는 교과서 그 자체인 배불뚝이 노장이라던가.


배불뚝이 노장을 분했던 러셀 크로우는 상관의 말도 잘 듣지 않는 것 같고 자기 고집이 지독한 사람처럼 그려졌지만, 그 누구보다 나라와 전우의 목숨을 지키는 것에 진심이다. 반대로 같은 부대에 있는 젊은 병사들과 젊은 대장은 대학 농구 방송 경기에 심취하며 후방 부대의 게으름을 표현한다.


이런 대비는 어쩌면 과장되지만, 그럴수록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해진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며, 서로의 뒤를 봐주며, 함께 믿는 것을 향해 어떤 여정을 간다는 것만큼 숭고한 것이 있을까. 나 또한 일상에서 비즈니스를 위해 만난 동료들과 이런 것들을 꿈꿨던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책 저자도 나와 같이 현실적인 이상을 꿈꾸고 또 맛보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시간을 보낼텐데, 이런 숭고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고 돈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참 지루한 시간이 될 것 같다.


나는 미국식 영웅주의가 참 좋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영웅주의란 현대의 영웅주의를 의미한다. 특별하지 않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어떤 인물, 그 인물이 보이는 의지력를 통해 시련을 이겨내는 서사 등이다. 나는 이런 서사를 통해 보이려는 가치를 좋아하고, 또 내 스스로 상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전쟁 영화로 시작해 내 일상에 대한 회고로 마칠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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