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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an 22. 2022

라이프코칭 경험기(+버크만 디브리핑 후기)

나는 나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알고 있을까

우연한 계기로 버크만 진단에 참여하고, 김샛별 코치님께 디브리핑을 받았다. 나도 그러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버크만이라는 용어가 친숙하지 않을 것이다. 


버크만 메소드(Birkman Method®)는 직장에서 이루어진 철저한 경험적 연구를 거쳐 고안되었습니다. 1950년대에 개발된 이래로 2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버크만 진단을 받았으며, 그동안 검사의 타 당성과 신뢰도가 입증되고 당대 심리학 이론과의 일치 여부가 지속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많은 진단들이 사회화되고 눈에 보이는 행동을 다룹니다. 버크만 메소드(Birkman Method®)는 더 나아가 무엇이 행동을 좌우하고 동기를 부여하는지 분석하고 보고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욕구'(Needs)라고 부릅니다. 욕구는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들이 대인관계와 환경에 대해 갖는 기대를 뜻합니다. 이 욕구가 개인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합니다. 사람은 욕구가 충족될 때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행동을 합니다. 반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부정적이고 생산적이지 못한 행동(스트레스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버크만 메소드는 각 행동 스타일의 고유한 가치와 서로 상반된 관점들의 중요성을 인정합니다. 버크만 리포트는 개인차에 대해 어떤 판단도 하지 않습니다. 버크만 메소드는 행동 스타일을 설명하고 규정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BIRKMAN REPORT 중에서


처음엔 자세한 '성격검사' 정도로 생각했다. 실제 버크만 검사 문항 중 다른 검사와 비슷한 것들도 있다. 이전까지 내가 경험해 본 검사는 MBTI, TCI 기질 및 성격검사, MMPI-2 다면적 인성검사 등이 있는데, 이들 검사 과정에 읽었던 문항 중 하나이지 싶다.


버크만 진단이 타 검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크게 3가지로 문항이 분류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에 대한 질문, 두 번째는 '자신'에 대한 질문, 마지막은 '직업별 관심도'에 대한 것이다. 직업별 관심도에 관한 질문이 내게는 가장 특징적인 문항들이었다.



1. 나는 생각보다 나를 모른다


일단 문항들에 답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이런 걸을 좋아했었지, 나의 가치관은 이런 것들에 가까웠지 등 문항에 답하는 과정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었다. 그래, 맞아, 그랬었지를 되뇌며 혹은 고민하며 30분 간 문항들에 답했다. 그리고 나의 기질과 성향에 대한 분석 보고서인 버크만 리포트(BIRKMAN REPORT)를 보며 김샛별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아는 일이 참 쉽지 않다.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이끌고 살아가는 '나'이지만, 알면 알수록 그러했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아주 잘 안다고 말하는 어떤 사람은, 사실은 진짜 자신을 잘 몰라서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버크만 디브리핑을 받을수록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평생을 살아도 '나'를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타고난 기질은 보이지 않고 설명서에 나와 있지도 않다. 어떤 특질은 특정한 환경에서 발휘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아를 탐색하고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질이나 생각은 일부 변하기도 하는 것 같다. 상황이나 나이 또는 누군가는 만나느냐에 따라.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으나, 인간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지 않을까? 나 또한 흘러가는 존재, 변화하는 존재는 아닐까? 자연이 변화하고 순환하고 그러하듯 말이다.)


나를 알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험상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객관적인 수치, 제삼자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객관적인 사례들을 통해 개인을 이해하는 작업도 제삼자가 필요하다.


나는 매일 일기를 쓰고 내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매우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동안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2. 지금 나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


버크만 리포트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 에이포 수십 페이지에 빼곡한 적힌 글자들과 그래프, 수치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김샛별 코치님이 여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그런데 코칭 도중 내가 반복적으로 했던 질문이 있다.


저는 약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강점을 키워야 할까요?


수치가 낮은 부분은 보완하고, 수치가 높은 부분은 더 발전시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이었다. 모든 걸 잘하고 싶은 내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김샛별 코치님의 답변은 '지금의 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버크만 리포트의 수치들은 강점, 약점이 아니었다. 나의 흥미와 성향을 설명하는 자료였다. 있는 그래로의 나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억지로 없는 흥미를 가질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었다.



3. 라이프코칭, 아직은 생소할 수 있는


외국의 유명 베스트셀러를 보면 저자의 직업이 라이프 코치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정확한 어떤 직업인지 알지 못하면서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었다. 사실 라이프 코치라는 개념이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것 같다. 


해외의 많은 기업에는 전담 라이프 코치가 있어서, 직원들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주치의처럼 말이다. 조직이 클수록 구성원들의 협업이 중요한 곳일수록 이와 같은 것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샛별 코치님 버크만 디브리핑을 통해 라이프 코치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동시에 괜히 이런 걸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 든든한 조력자의 필요성을 떠올렸다. 라이프 코치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생각이 조금은 정립이 되었다.


(다른 많은 분야도 그렇겠지만) 확실히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담자의 사고를 확장하고 같이 가능성을 같이 탐구하기도 하기에 그렇다. 내담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건드려주는 것이 라이프코칭의 핵심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도, 마지막에 코치님께 받은 몇 개의 질문을 통해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그 질문들을 받고 잠시 멍해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뭐지? 기존 내 생각의 테두리에서 빠져나오니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 보였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일이었다. 코치의 능력과 진정성이 중요한 이유였다. 그런 면에서 상담을 진행해주신 김샛별 코치님께 감사했다.



4. 자아실현 그리고 자기 이해


앞으로 이런 일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자신을 알기 위해 타인의 도움을 받는 일, 사람들이 재능을 발휘하고 서로의 기질이 연결되도록 돕는 일,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내면을 더욱 파고드는 일. 국가나 조직보다는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각자의 삶의 방식이 존중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만 봐도 그러하다.


우리는 누구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 방법과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나름의 성공을 위해 우리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자아실현을 위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그것이 자력이건, 타인의 도움이건. 영영 발견하지 못했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려야 한다.



내가 정말 그 일을 좋아하는 것일까?
내 진짜 욕구는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난 버크만 디브리핑의 여운이 아직 가시질 않는다. 내가 받은 강력한 질문들이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아직 가지 않은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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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Yann Alleg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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