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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나무 Mar 03. 2024

엄마의 홀로서기

큰 아들 서울 가는 길 버스터미널까지 배웅을 하고 왔다. 직장을 옮기겠다고 일 년여를 집에서 놀다가 취직이 되어 떠나는 거다.  부모 세대처럼 평생직장 개념이 아니니 언제 또 다른 직장을 구해보겠다 할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던 두 녀석 다 집을 떠났다. 배웅하고 오는 길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마친 듯 마음이 홀가분하다. 나 혼자 먹겠다고 평소 한팩 가격이면 재료 사다 집에서 만들면 두고두고 먹겠네 싶어 주저하던 단호박 샐러드도 사고, 아들들이 좋아하지 않아 먹기 힘들던 바지락도 샀다. 한과도 사고 비싼 초콜릿도 샀다. 아들들이 있을 때는 10kg으로 사던 쌀을 2kg 봉지로 샀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들의 침대시트와 이불을 걷어내어 세탁했다. 


 어제  3.3 데이 라며 돼지고기를 세일을 하길래  보쌈용 고기와 갈비, 대패삼겹살을 몽땅 사가지고 흐뭇하게 돌아오다가, 아~ 먹어줄 아들들이 없네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얼마 전 "작은 아들! 오늘 점심은 먹었어?" 했더니 오늘은 제육볶음을 먹었다며 맛있었다고 사진을 보여주는데 아이들을 키우며 그리 성의 없이 먹여본 없던 비주얼이다. "맛있었겠네" 그 말만 했다. 군대 있을 때 훈련 나가 비상식량 중 캔에 든 김치를 먹으며 내가 그동안 반찬투정 해서 벌 받는구나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렇게나 해주셔도 먹어야지 다짐했다던 아들이 제대 달도 안 되어 이건 싱겁네 짜네 시작하던 웃기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지만 이제는 홀로서야 하는 아들에게 이렇다 저렇다 해봐야 서로에게 우울감만 줄 거라는 걸 안다.     


친구에게 아들의 제육볶음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 우리 초임 때 생각 안 나냐? 우리 정말 고생했잖아 다들 통통배 타고 익숙해지지 않던 뱃멀미 때문에 일주일 내내 헤롱거리고 뱀이며 지네며 쥐의 출몰에 쥐약 지네약 뱀약 사가지고 들어가고, 어디가 아파도 비상약으로 버텨야 하고, 개떡 같은 상관들 만나 억지소리 들어가며 몇 날을 부글부글 맘 삭히고, 이제는 회계도 많이 투명해지고 회식 중에 술 권하는 문화도 없어졌잖아." "그런데 지금은 학부모 민원이 있잫아!"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친구를 KO패 시킬 수 있었다. 친구와 나는 한참을 씁쓸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친구는 "요즘 아이들은 정보습득이 빨라서 우리보다 잘 먹고살아, 너나 챙겨 먹어" 그래 맞다. 내가 미성숙한 거 같다. 


작은 아들이 명절을 지내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 이제 뭐 할 거야?" 묻길래" 

"이제 회개하고 냉담하고 있던 성당에 나가서 기도해야지." 

"윅엔 크리스천?" " 그것도 어디야 아들들 위해 기도하겠다는데"

"엄마 이제는 우리 위해 기도할 때가 아니고 엄마를 위해 운동하고 어찌하면 즐겁고 건강하게 살까 알아봐야 해, 헬스클럽에 가서 정기권을 끊어. 엄마 건강 무너지면 우리가 다 무슨 소용이야" 


그래 맞다. 건강하게 홀로서기해야지. 기도도 하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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