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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나무 Jun 26. 2024

내 차가 전소되었다고..

  수천번도 더 했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넣으려는데 오른쪽 제네시스가 자꾸 신경 쓰인다.  천천히 조심조심 뒤로 후진하는데 뒤쪽에서 드드드득~  차를 다시 빼서 확인하니 뒷바퀴 부분이 왼쪽 기둥에 닿아 칠이 심하게 벗겨져있다.  내가 실수해서 칠이 벗겨졌으며, 도색하는데 비용이 많은 금액이 들 거 같아 가슴이 벌렁벌렁... 전전긍긍 병이 도졌다. "도색하면 비용이 얼마나 나올까? 어느 공업사에 맡겨야 하지?" 놀란 토끼눈이 되어버린 늙은 엄마에게 아들은 자차 들어놨으니 백만 원 이하는 이십만 원 정도만 자기부담하면 다 처리되고 도색도 보험회사 협력업체에다 맡기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다.  아~ 자동차보험 들어놨다는 사실이 그제야 떠오른다. 


  다음날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고 접수를 하고 협력업체를 소개받아 공업사에 도색을 의뢰했다. 금요일에 맡겼는데 다음 주 수요일쯤 나올 거라고 한다. 자차에 렌트 특약을 넣지 않아 수리기간 중 렌트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당황해하는 내게 공업사에서는 무상으로 도색 마칠 때까지 타고 반납할 때 처음 눈금만 채워주고 벌금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22만 킬로 된 K5차량을 빌려주셨다. 곧 멈춰버릴 것 같은 덜덜거리는 차였다.  윽... 택시비 아낀다 생각하고 타야겠다 하고 조심조심 집으로 돌아왔다. 


  모임 친구들에게 무서워서 못 나가니 나를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삼일이 지난 월요일 공업사라며  남자분에게 전화가 왔다.  흐느끼듯 떨리는 목소리로 "저희 공장에 화재가 나서 차량이 타버렸습니다. 저희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어요" 진공상태에 들어선 듯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럼 수리하면 다시 탈 수 있나요?" "아니요 못 타실 겁니다. 보험회사에서 곧 전화 갈 겁니다. " 어떻게 통화를 끝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살다가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었다. 사람 다치지 않았으니 천만다행이라 생각하자 마음먹는데도 심장이 계속 떨린다. 


  전손시 차량보상가액과 렌트 10일 어느 보험회사나 똑같은 규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자차에 렌트특약이 없어 받을 수 없고 공업사가 들어놓은 보험에서 해줘야 하는 부분이란다. 차에 둔 물품들도 증빙자료가 없으니 보상이 어렵단다. 내가 자차를 들어놓았기에 차량 보험 회사에서 먼저 차량가액을 보상하고 공업사가 들어놓은 보험회사와 사고 수습 후 받아내겠다고 한다. 7년째 타고 있는 소** 보상액으로는 구입할 수 있는 차가 없다. 


   몇 년 전부터 큰 키에 허리디스크가 있어 SUV로 바꾸고 싶었어도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아 척추를 받쳐준다는 온갖 등받이를 바꿔가며 버티고 있었는데 잘되었네 이번 기회에 바꾸지 하는 것도 잠시 차를 무얼 사야 하지? 돈은 어떻게 마련하지? 전국의 보험회사들이 담합하듯 정해진 차량보상가액에 렌트 10일(심지어 부분파손은 25일) 이럴 거면 어떤 보험회사를 선택할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진정되지 않는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차를 검색해 본다. 이왕이면 하이브리드로 구입해야지 생각하며 검색해 보는데  차량가는 낮지만 서너 가지만 옵션을 추가해도 금액이 500~ 700만 원 정도가 올라간다. 이래서 우리나라 차들은 옵션장사라 하는구나 씁쓸하다. SUV하이브리드형 자동차 예상 출고 기간이 스*** 4달, 쏘** 6달, 싼**8달, 렌트하며 버텨야 하나?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안다. 잘 알아보고 계약하고 금액만 지불하면 일을 아무런 제스처 없이 나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가 왜 이럴까 예전엔 돌파력 추진력 좋다고 칭찬 들으며 살았는데...


 몇 날 며칠 축 늘어져있는 내게 카톡이 왔다. 

" 나이 먹어 좋을 게 없다는 어른들의 말이 차츰 아!~~~ 때가 많아지지. 나이 먹음 세상 풍파 이해할 같아도 왜 이리 망설임도, 겁도 많아지고 버벅거리고 소심해지는지. 너그런 게 아니야 하며 서로서로 다독여가며 우리 함께 나이 들어가자!.  힘내고 쉼도 갖고, 통통 튀는 너의 매력을 되찾길 바래!" 

내가 힘들 때 다독여주는 언니가 곁에 있어 참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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