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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나무 Jun 29. 2024

나는 용기 있는 실패를 선택하겠습니다.

  벌써 십여 년이 지난 이야기이다. 너무너무 열악하고 심각한 상황의 유치원으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교실문을 여는 순간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를 정도였다. 어떻게 요즘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는지 두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전임자를 원망해 무엇하리  I can do it!  그래 한번 해보자 전투의지가 타올랐다. 


  사용불가 물품들을 폐기처분하고 자료실 양쪽 벽면에 빌트인 된 자료장을 짜 넣어, 교수자료와 용품, 소모품, 동화책과 장학자료등을 라벨링 하여 주제별로 정리하고, 오래되어 사용불가 판정받은 복사기 에어컨 냉장고를 구입 교체하고 교실 내외부 도색 및 창문 새시교체, 오래되어 냄새가 역류하는 변기와 손 씻는 세면대도 밝은 색 키높이가 알맞은 유아용으로  교체했다. 한 학급 유치원에서 무언가를 구입한다는 것은 설계, 시장조사부터 품의 와 설치과정 검수, 물품이 오고 나서 정리까지 교사 혼자서 해야 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한꺼번에 할 수 없어 예산 확보 될 때까지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고무장갑 속 손가락이 땀에 절어 퉁퉁 불토록 동료 들고 함께 닦고 또 닦았다. 


   한 푼이 아쉬웠던 상태라 도움 받을 수 있는 상급기관에 종종 전화하여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더니 어느 장학사님은 수시로 민원제기? 하는 교사였다고 회상하는 웃픈 일화도 있다.  2년 동안 열정을 불태웠더니 5명이던 원아수도 18명으로 늘고, 한정된 예산으로 낙담이 될 때 예상치 못한 지원이 생겨, 부족하지만 시설도 다른 유치원 부럽지 않은 정도로 개선이 되었다. 하지만 대외적 연구보고서 제출이나 장학활동 실적이 없다 보니 매년 교사평가에서 B등급이다. 억울했다. 때마침 인사고과와 관련이 없는 시교육청 차원의 모범공무원을 추천하라는 공문이 왔다. 공무원들은 승진이나 포상, 서훈을 받기 위해서는 공적 조서라는 내야 한다. 증빙자료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3년간 공적조서에 적을 내용이 없다. only 내게 맡겨진 유치원에 코 박고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되던 안되던 한번 부딪쳐보자 하는 마음으로 공적조서 양식에는 2년간 시설을 어떻게 개선했고 각종 자료는 어떻게 정비했고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했는가를 적고 그리하여 원아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2년 동안의 원아이동부와 환경개선과 정비에 대한 사진자료, 교육과정운영에 대한 공문자료를 첨부했다. 


  기안을 올린 날 오후 교감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교무실로 가니 "내 평생 이런 공적 조서를 본 적이 없네. 이건 공적 조서가 아니지 않은가, 이런 걸 결재하면 교육청에서 나를 뭘로 보겠는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에서 불똥이 튄다. "우리나라 교육계가 똑바로 되어 있다면 나 같은 공무원을 표창해주어야 하는 겁니다. 비웃음을 받아도 내가 받을 것이니 교감선생님은 교감선생님이 맡은 일을 하시면 되는 겁니다. 결재해주세요. 교감선생님 지난 이 년 동안 제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 결국 공문은 올라갔고 나는 모범공무원 표창을 받았다.  교육장님이 이런 선생님 표창해줘야 한다고 하셨단다.  B등급 설움이 좀 가셨다  


   나는 기꺼이 용기 있는 실패를 선택하며 살아온 사람이라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요즘의 내 모습은 문제상황만 생기면 전전긍긍병에 걸린 환자처럼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 줄 알면서도 액션은 없이 머릿속으로 부정적인 경우만 되새김질을 한다.  힘내라 올리브~!  you can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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