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꾸무럭 곧 비가 쏟아지려 한다. 도착하자마자, 오늘은 어떤 꽃을 그려볼까 마당에 핀 풀꽃을 찾아 쪼그려 앉았다. 나무 밑동에 솟아오른 작고 여린 버섯을 그려볼까? 올망졸망 수줍은 자주색 꽃이 달린 낭아초를 그려볼까? 너무 작은 탓에 엄두가 나질 않는다.
벤치에 앉은 동기의 화판에 놓여있는 노란 금계국이 눈에 들어온다. "예쁜 꽃을 고르셨네요! 봐도 될까요?"
금계국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꽃의 뒷모습에 눈이 멈췄다. 총포와 꽃받침이 있는 구조이다. 이 꽃의 뒷모습을 한번 그려보고 싶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국화과 꽃들이 이런 구조라는데 그동안 나는 꽃의 뒷모습이나 줄기 잎사귀에는 관심도 없이 화려한 앞모습만을 취하고 감탄하며 살았구나 얼마나 이기적으로 보였을까 꽃들의 뾰로통한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잎 또한 참 특이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 검색해 보니 잎은 마주나고 깃꼴겹잎 (작은 잎 여러 장이 잎자루의 양쪽으로 나란히 줄지어 붙어서 새의 깃털처럼 보이는 겹잎)이라고 한다. 생전 처음 들어본 말이다. 내가 관찰한 모습은 카네이션의 잎처럼 가느다랗고 기다란 잎사귀가 마주나 있었는데 사진 속 잎사귀는 V자모양의 잎이 기다란 잎 뒤로 뻗어있다. 아직 덜 자란 금계국을 관찰한 건가?. 난 도대체 뭘 관찰했다는 말인지...ㅋㅋ 루페를 주문한다. 다음 주부터는 정성 들여 관찰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