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
내가 아기였을 때 엄마는 내게 책을 읽히는 데 시간과 돈을 많이 쓰셨다고 했다.
엄마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내게 책을 읽어줬다.
내가 책을 읽어달라고 보채기도 했다고 했다.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
엄마가 세상에 대해 읽어주는 게 무엇보다도 좋았다.
우리 집 책장에는 동화책, 소설, 위인전, 과학책, 역사책…
천 권에 가까운 책이 꽂혀 있었다.
책…
내 머릿속에는 책 속의 세상이 한 겹 한 겹 착착 쌓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미 여러 겹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함부로 열어봐도 되는 책이었다.
마음대로 낙서하고, 찢고, 구기고, 물어뜯으며 갖고 놀 장난감이었다.
나는 책을 읽는 게 무서워졌다.
그래서 남들보다 많이 알고,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고치려 했다.
한 달에 한 권, 영어와 과학과 인문 잡지가 우리 집으로 왔다.
내가 더 지혜로워지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다.
그런데 왠지, 글이 잘 안 읽혔다.
그리고 사촌 동생들이 집으로 놀러 왔다.
나는 작년처럼 동생들과 놀고 싶었다.
학교 아이들보다 어리지만, 오히려 더 성숙했던 애들.
“뭐 하고 놀까?”
내 말은 무시된 채, 동생들은 과학 잡지만 읽다가 집에 돌아갔다.
엄마는 말했다.
“너도 동생들처럼, 집에 온 잡지들을 그냥 놔두지 말고 진득하게 읽어봐.”
그 순간, 안전했던 집은 학교처럼 토끼굴이 되었다.
엄마는 내 마음속에 피어난 공포를 보지 못했다.
정말 보지 못했을까.
봄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들판에는 토끼풀을 닮은 멍울이 하나둘씩 피어났다.
숨이 막히는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