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rcaleopard
Aug 15. 2024
리스트 편곡으로 듣는다.
마왕의 목소리는 아이 정신이 착란하는 소리.
슬픔은, 아버지의 밋밋하고 정상적인 목소리가 끝까지 아이의 절규와 마왕의 애간장 녹이는 tenderness가 보여주는 휘황찬란한 표현과 뒤섞이거나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끝나는 데 있다.
아버지는 아들의 정신착란을, 아들의 예술적 표현을, 아들의 섬세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正은 아들의 奇를 이해하지 못한다. 병도, 고통도, 죽음도,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무력함을 표상하는 가곡이자 아들=마왕의 승리=죽음을 선언하는 가곡이다. 그래서 정조는 가파르고 단순한 비극은 망연하다. 너무 선명하고 또렷하기 때문에 강렬하지만 뒷맛은 나쁘다. 아들의 입장에 치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목소리는? 960번 소나타를 들어야 하는가?
가시나무가 ccm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왕이 봉건적 노래라면 이건 군현적이라고 생각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이것은 근세에 유학, 한학공부를 하면 할수록 성격이 나빠진다는 세간의 지혜를 표현한 가사로, 그렇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