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내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좋아하던 공간이라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처음방문했을 때는 주말이어서 미술관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았다. 입장료는 없어도 예약시스템이라서 인원을 통제하는 것 같았지만, '쿠사마야요이'의 스페셜관은 특히 대기줄이 길었다.
이곳은 위치도 도심의 중심부이며, 신도시 느낌의 주변지역은 업무지구와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MOCA미술관 등 다양한 명소가 도보거리에 있어서 미술관과 함께 즐길 수 있다.
건물 외관부터 새로운 경험을 유도하는 느낌이었다. 사각형의 흰색건물이지만 실험적인 느낌의 디자인으로 하나의 큰 조각품 같았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좁고 어두운 통로를 지났다. 이어서 밝고 탁 트인 미술관에 다다르니 마치 과거에서 미래로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입구에서 전시공간까지 짧은 이동 시간이지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어 했던 건축가의 의도를 느꼈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모으는 작품은'제프쿤스의 튤립과 강아지풍선'이다. 매체에서는 많이 봤지만 실물은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크고 파격적인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하여 공장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한다.
과정이야 어떻든 특별한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파격적인 작품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 작가의 삶이궁금해진다.
'행복한 눈물'로 많이 알려진 팝아티스트의 선구자인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작품도 많이 있어서 자세히 보았다. 작가는 74세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활발하게 작업을 했다. 당시에는 만화로도 인식되었을 정도로 오해를 받았지만, 꾸준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독특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는 것을 실제작품을 보고 느꼈다.
몬드리안의'콤포지션'시리즈는 원작을 처음 보았다.
기본원색과 수직과 수평의 직선만으로도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다. 작가가 100여 년 전 자연의 풍경을 보고 자신만의 재해석으로 작업했는데, 이 작품이 지금까지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마릴린먼로'의 초상화를 다양하게 표현해서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앤디워홀(1928~1927)의 실크스크린 작품들도 흥미로웠다. 특히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한 '리즈테일러의 초상화'가 실제로 보니 좋았다. 마릴린 먼로와는 다른 방식의 아이디어가 적용되었다.
그동안 만나보지못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장소에서 보는 의미있는 경험이다. 이런 조합으로 전시를 보기는 내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작품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을개발한 작가들을 작품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미국이라는 특수한 환경도 한몫했을 것 같다.
미술관을 나올 때는 계단을 이용해서 내려왔는데, 중간층에 아카이브를 공개한 것이 인상적이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전시장을 가봤지만 아카이브와 시스템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처음 봤다. 이 공간이 미술작품의 은행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