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년간 정든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자 했던 시기에 멘토가 없었다.
이런 사실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에서 실망스러운 상황이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은 당연한 결과 이기도하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시작된, 대기업이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의 직장생활로 오직 내 주변에는 직장선후배만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 인맥의 대부분은 같은 직장 사람들이었다.
연륜이 있는 선배들이라도 나의 새로운 도전에는 멘토가 될 수 없었다. 그들은 오직 직장생활만 했을 뿐, 다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직접 이해관계자 이기 때문에, 온전히 내입장에서 멘토역할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정든 직장을 떠나려고 했을 때 고민이 돼서 한동안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무렵 내게 멘토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평소에 내가 즐겨 읽던 책과 그 저자들의 경험이 나의 멘토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피터드러커'와 '찰스핸디'의 책들이었는데, 이들은 나보다 앞선 세대로 나와 비슷한 고민을 먼저 한 사람들이다.
비록 책으로만 만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실제로 나의 일과 삶의 멘토였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그리고 "위기보다는 기회에 초점을 맞춰라"라는 피드러커의 글을 읽으며 나의 내면에서 변화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찰스핸디의 저서 '포트폴리오 인생'은 실제로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나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실천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책들을 멘토로 삼은 덕분에 나의 삶이 더 풍성해지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젊을 때 직장생활을 하다가 경영학 교수가 되었고 관련 책들을 집필한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실제로 자신의 일을 계속했다는 것도 그들의 공통점이다.
피터드러커가 2005년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미국에서 현역으로 일했던 것을 기억한다. 찰스핸디도 2024년 말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같은 해까지 영국에서 그의 마지막 책을 집필했다.
그들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서 내게 전해진 그들의 생각은 내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그리고 나의 삶과 일에서 가끔 그들이 먼저 겪었을 것 같은 순간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그럴 때 주로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너는 지금 너 다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라고. 그리고 가끔씩 이런 나의 경험을 글로 옮겨보기도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는 항상 나다운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았다. 그 과정이 있어서 나는 운 좋게 두 사람의 멘토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지만 언제든 책에서 멘토로 만날 수 있다. 멘토는 반드시 직접 만나지 못해도 가능하다.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는 삶은 분명 무엇보다도 값진 인생이다. 그리고 '멘토의 조건'은 정해져 있지 않고,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