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디자인 : 청주공예 비엔날레에서 느낀 점

by 피터정

나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디자인의 뿌리는 공예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예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이에 비하여 산업디자인이 지금과 같은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 것은 100년이 조금 넘었다.


한국의 다양한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된 공예품을 보면 한국공예의 가치는 재조명받아 마땅하다. 특히 신라시대의 공예품들은 섬세할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도 뛰어나다.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공예는 그 뿌리가 깊다. 일본에서도 일찍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백제에서부터 조선시대까지 한반도의 장인들을 우대한 기록도 있다.

청주공예 비엔날레는 1999년부터 시작해서 27년 동안 매 2년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전시하며 발전해 왔다. 최근 청주를 방문할 때마다 긍정적 변화가 느껴진다. 특히 비엔날레 개최장소와 주변에는 교욱기관과 함께 공방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로 세상을 짓다'라는 주제로 9.12부터 11월 1일까지 운영한다. 72개국에서 1300여 명의 작가가 2500여 작품을 선보인다. 2025년 봄 산불로 죽은 나무를 활용한 지팡이 작품 등이 자연과 공동체에 대한 메시지를 준다.

해당장소가 과거 연초제조창을 현대미술관과 함께 리모델링했기에 의미가 크다. 이전에는 현대미술관의 전시만 보러 왔었는데, 이번에는 공예비엔날레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3층 4층에서 4개의 전시관을 보고 동부광장의 한 전시실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도슨트 설명까지 포함하면 하루로는 조금 벅찬 일정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공예작가들이 참가한 전시라서 한눈에 문화적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중간에 식사를 하고 머리를 식히러 전시관 주변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도넛가게를 발견했다. 겉으로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도넛가게에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것을 발견한 아내에 이끌려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가게내부가 크지 않아서 안쪽에서 도넛을 만드는 모습을 보니 마치 공예품을 다루는 것 다.


실제로 가게는 40년의 관록으로 대를 이어서 공방처럼 운영하고 있다. 공예의 특징인 자연의 재료를, 사람손의 온기로, 섬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넛도 공예품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두과자처럼 기계로 찍어내지 않고 전 과정을 수행하듯이 손으로 만들어서 생김새도 제각각이 다.

전시관람을 모두 마치고 기념품으로 도넛을 사가지고 귀가하며, 도넛이 청주의 공예특산품처럼 느껴졌다. 거의 하루를 공예만 보고 느낀 후유증 때문인지 진심이었는지는, 조금시간이 흐른 뒤에 밝혀질 것 같다.

다시 이 장소를 왔을 때도 변함없이 공예작품 같은 도넛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