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 산책길은 차도를 따라 옆에 포장된 산책길과 자전거길로 구분되어 있다. 저녁에는 가로등이 있어서 산책에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이외에 비공식적인 산책길도 존재한다. 포장된 산책길 옆의 비포장 숲길이다. 이곳은 나무와 풀로 조성된 자연스러운 뜰과 같은 기능이다. 폭이 산책길과 자전거길을 합친 정도다.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희미한 길이 점점 뚜렷해졌다. 나도 이 길을 만드는데 조금은 기여했다.
"사람들은 왜 포장된 길을 두고 길도 없는 숲을 따라 걷고 싶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나의 경우에는 좀 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을 때 숲길로 산책했다.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진 후로는 조심해서 이용한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으로 비포장숲길을 이용했을 것 같다. 숲길을 걷는 사람들에 의해서 새로 길이 생긴 것을 보고, 샛길로 빠지는 사람이 많음을 알았다.
때때로 사람들은 포장된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둘레길보다는 등산길이 더 힘들고, 위험을 감수하고 암벽을 타는 것도 비포장 숲길산책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삶의 여러 가지 상황에서도 편한 길, 아는 길을 마다하고 스스로 미지의 길을 선택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처음 새로운 길을 만든 사람들은 나중에 만들어간 사람들은 아마도 그 선택이 또 하나의 길이 될 것을 몰랐을 것이다. '퍼스트펭귄'도 뒤에 따르는 많은 펭귄에게 동기부여를 주려고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리가 짧아서 '땅곰'이라고도 불리는 오소리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서 다닌길을 '오솔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길은 다른 동물들도 다닌다. 오소리가 처음 자신을 위한 길을 만들고 겨울잠을 자는 동안 다른 동물들이 다닌다. 그러면서 길이 넓어지고 사람들이 편하게 다니는 길이 만들어진다. 처음길을 개척한 오소리는 아마도 이사실을 모를 것이다.
그냥 하는 것,
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거나 혼자서라도 계속하면 새로운 길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런 원리를 삶에 적용해 보면 취미생활이 나중에 부업이 되고 본업이 될 수 있다. 삶에서 때로는 옆길을 만들 필요도 있다. 새로운 길은 얼마든지 만들어진다.
그러나 옆길은 자신도 모를 정도로, 천천히 스며들며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한 번 가보고 자주 다니다 보면 나중에 길이 생기는 산책로 옆길처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