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터정 Oct 31. 2024

한국과 미국의 핼러윈(Halloween) 비교

내가 ‘핼러윈(Halloween)’을 처음 알게 된 것은 90년대 말 가을 무렵 영국에서였다. 가족과 함께 공부하러 갔기 때문에 기숙사가 아닌 주택가에 살았는데, 9월이 되니 집에 호박을 조각해서 조명으로 장식한 집이 많았다. 나중에 이웃을 통해 핼러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웃의 조언대로 사탕과 과자를 준비해 두었다가 우리 집을 찾은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2024년 9월에 미국에 왔을 때, 상가 등의 장식이나 상품 등을 통해서 두어 달 전부터 이미 핼러윈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상가에서 핼러윈 전용 매장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종의 팝업매장으로 3개월 정도만 운영한다고 한다. 그 옆에 있는 캔디류를 파는 매장도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    


  ‘핼러윈(Halloween)’은 가톨릭에서 천국의 성인들을 기리는 축일인 '모든 성인 대축일(Sollemnitas Omnium Sanctorum)'을 11월 1일로 하는 것에서 유래한다. 그 전날인 10월 마지막 밤을 주술 등의 초현실과 연관시킨 것이 기원이다. 최근에는 종교적인 성격보다는 상업적, 문화적인 기념일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서양에서도 휴일은 아니지만, 집에 온갖 특별한 장식을 해놓는 등 크리스마스에 버금간다. 한국에서는 2010년 전후부터는 일부 놀이공원 등에서 행사를 하며 젊은 세대들 위주로 이슈가 되었다.   

  

주로 공포를 테마로 ‘핼러윈’이라는 명목하에 평소엔 입지 못하는 다양한 콘셉트의 복장으로 거리를 편하게 돌아다닌다. 상업적 이벤트로 활용하거나 일부 젊은 세대에게는 공식적 일탈이 가능한 날로 인식되는 듯하다. 아이들은 악마, 괴물, 마녀 등의 분장을 하고 집들을 다니며 "Trick or Treat!!(과자나 사탕 안 주시면 장난칠 겁니다!!)"라고 외친다. 이들을 맞이한 집에서는 그들의 요구대로 사탕 등을 주는 게 전통이다. 아이들이 찾아오기를 원하는 집은 사탕들을 준비하고 현관 앞 외등을 켜 놓고 호박 등 관련 장식을 한다. 이들만의 암묵적인 의사 표현인 셈이다. 아이들은 주로 외등이 켜져 있고 문 앞에 호박 등 장식들이 꾸며져 있는 집들 위주로 찾아다닌다.      


실제로 전통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핼러윈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미국에서 1년간 팔리는 사탕의 4분의 1이 핼러윈을 위한 사탕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다민족국가이며 이민자가 많은 나라인 만큼 핼러윈을 대하는 개인차도 큰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역마다 차이도 느껴진다. 어느 지역은 한집건너 장식을 하고 어느 지역은 드물게 장식한 곳도 있다. 나는 30 가구 규모의 아파트 사는데, 공동 주택이다 보니 외부인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장식을 하는 것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옆집에서 자신의 현관문에 호박색 종이에 호박을 직접 그려서 단지 내 아이들을 환영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을 보고 놀랐다. 한 오피스에서는 자신의 집무실 입구를 고양이와 박쥐로 장식하고 바구니에 캔디를 담아놓았다.

     

이처럼 미국에서의 핼러윈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기간이기 때문에 그 시기는 거의 축제 분위기라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에게도 놀이나 선물 이외에 상징적인 의미가 클 것 같다. 직접 자신만의 분장을 하고 남의 집을 방문하며 스스로 힘들게 무언가를 얻었다는 보람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도 아이들을 위하여 무언가를 준비해 주며 이웃 간의 유대감과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한국은 약간 성격이 다른 것 같다. 핼러윈도 밸런타인 데이나 빼빼로 데이 같은 상업적인 성격을 많이 띠는 날로 핼러윈 당일을 바로 앞두고 짧게 이벤트를 한다. 그리고 국민 전체보다는 관심 있는 일부 계층과 특정 지역 중심으로 한다.     

  

미국의 핼러윈은 오래전부터 '하나의 문화'로 여겨져 왔고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문화보다 이벤트' 느껴진다.     

 

한국에서 핼러윈과 비유할만한 전통문화는 ‘정월대보름’ 일 것이다. 보름달의 달빛이 어둠, 질병, 액운을 물리친다고 믿었고, 새해 농사의 시작점이라고 여겼다. 이 때문에 보리타작 등의 놀이와 의식으로 풍년을 기원했다. 나물들과 함께 오곡으로 밥을 지어먹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냈다. 보름 전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 하여 자는 아이들 눈썹에 흰 밀가루를 묻혀 속이기도 했다. 나도 어릴 때 경험했다. 또한 ‘부럼 깨기’라 하여 이날 아침에 어른들은 생밤, 호도, 땅콩, 은행, 잣 등을 준비하였다가 아이들에게 이것들을 깨물면 그해 몸에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지금도 매년 이맘때면 도시의 시장이나 마트에서 관련 식자재를 준비해서 판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지역이나 농사를 짓는 농촌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 농경사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시대에 따라 문화는 변한다. 공감을 얻는 문화는 넓게 퍼지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핼러윈을 문화로 볼 것인지 이벤트로 볼 것인지는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르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며, 우리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다.      

핼러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