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같은 날 같은 직장생활을 시작한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한 사람은 10년 만에 그만두고 다른 한 사람은 정년퇴직했다면 각자의 그 직장에서의 시작은 같았으나 끝은 달랐다고 할 수 있다.
10년 만에 그만둔 사람이 사업해서 정년 없이 더 길게 일할 수도 있다.
상황이 다르니 둘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차이는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자율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의 시작과 끝을 등산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한 사람은 산을 오를 때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직선으로 올라갔다. 빠르고 편리했으나 산길을 경험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같은 산의 정상을 등산로를 이용했다. 케이블카보다 느리고 힘들지만 나름대로 산길을 오르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정상에 올랐으나 어느 방법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입장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구나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정상에 오른다. 문제는 내려오는 것이다. 스스로 내려올 때를 정할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서 정해질 수도 있다. 정답은 없으나 그 결과는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비행기가 목적지를 향하여 이륙하고 비행을 하다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것을 ‘소프트랜딩(Soft Landing)’이라고 한다. 전체비행에서 이때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어 격언에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로 일을 내려놓는 것을 어려워한다. 아마도 정상에 힘들게 왔으니 좀 더 즐기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샤프(Sharp)가 부른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는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네온을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기를 보고
때로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정적남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이 한 편의 시와 같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우리의 삶이 한 편의 연극이고 배우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연극이 끝나면 배우나 관객이 모두 각자의 감정을 가지고 공연장을 떠난다. 배우와 관객은 그 감정이 다를 것이다.
일터를 그만둘 때 자신이 그곳의 배우였고,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좀 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관객이었다면 미련이 많이 남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아직 일터에 있다면, 자신이 배우라 생각하고 일하면 좋겠다. 어떤 배역을 맡았든지 관객이 아닌 배우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