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학생 때는 나의 디자인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가 궁금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학점으로 판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객관화하기가 어려워서 디자인 공모전에 많이 참가했다.
입상을 하면 그래도 내 디자인이 인정받는 것 같아서 잠시 우쭐하기도 했지만 입상하지 못하면 좌절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서 실무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나는 프로다”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더 좋은 디자인결과물을위하여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다.
어느 정도 스스로 만족한 결과물이 나와도 의사결정권자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다시’를 반복해야 했다. 가끔 내가 하는 일이금맥을 발견하려고 삽질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중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어렵고 스트레스받는 요인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감시간’이다. 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밤에 잠을 못 자거나, 주말 없이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느덧 이런 시간들이 쌓여 나만의 디자인스타일이 만들어지고 나름대로의 디자인철학도 생겼다.
그때쯤 다른 디자이너들의 스타일과 철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인정받는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노벨상수상자 네루다 시인은 인생을 “모호하면서 명료하다”라고 했다. 모호함 이란 사람들의 삶이 예측불가의 제각각이란 의미이다. 명료함은 사람은 한번 태어나고 죽는다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울림이 있다.
이 표현을 나의 디자인작업에 적용하면 '디자인의 결과물은 정답이 없지만 마감이 반드시 마감이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시작과 마감 안에서 주어진 시간은 절대적으로 디자이너의 시간이다. 이때는 한번 사는 인생처럼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변수들에 의해서 작업의 결과물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