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taeffect Feb 13. 2024

영업을 위한 시작, 마케팅 (1)

매우 주관적이라서 더 많은 오해를 제공할 수 있는 몹시도 편협한 이야기

"몹시도 편협하고 좁은 경험을 통해 매우 비전문적으로 푸는 마케팅 이야기" 



저는 20년 넘게 인형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회사를 운영 중입니다.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는 이 회사의 경험 보다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의 마케터 경험을 통해 얻은 저의 매우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대학 졸업 후에 잠시 애니메이션을 한국어로 더빙하거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방송국 프로듀서로 일도 하다가, 잠시 IMF 시대를 지나면서 일어난 벤처 열풍을 타고 IT 기업에서 웹기획자로 뜨거운 시기를 잠시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후로는 지금의 디자인 회사를 아내와 함께 창업하여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고, 저와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분들 덕분에 우리는 지금도 길고 가늘게 이 디자인 회사를 운영 중입니다. 그리고 작은 우리의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저는 우연한 기회에 미국 세척제 회사의 한국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척과 관련된 기술 컨설팅을 하는 직업을 20년 가까이 동시에 해 오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화학기술이라는 두가지 영역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저는 문과입니다. 저는 저마다 태생적인 직업의 뿌리가 DNA처럼 몸에 각인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도 있고 각자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관한 문제기도 하고, 또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어떤 사고적 접근을 하는가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20년 넘게 다른 영역의 두가지 일을 하면서, 저는 각 영역에서 제가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묻곤 합니다. 지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는 저에게 또한번 전환의 기간이 되었습니다.


2020년 1월, 세계적 유행으로 번진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저의 직업적 정체성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기간입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 국가의 백신 브로커 역할을 하게 되는 기회도 있었고, 해외의 백신 스폰서와 한국의 백신생산기업을 연결하는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브로커라고 하는 것이 쉽겠지만, 저는 mediator 또는 accelerator라고 1년 반의 다국적 사업 간의 커뮤니케이터 업무를 정의하고 싶습니다. (브로커라고 소개하면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아직도 부정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으니까요.) 22년 말에는 백신 사업 액셀러레이터로서의 이년 가까이의 경험 덕분에, 국내 상장 바이오 기업의 마케팅 부문 담당자로 다시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직업의 여정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치 못한 조직생활로 다시 복귀를 하게 되었습니다. 20년 넘게 자영업을 하다가 갑자기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면서, 그동안의 사회적 공백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한편으로는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여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 새로운 사회 생활 동안 저는 '영업이란 무엇일까?' 라는 너무나도 흔한 질문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1년 6개월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20년 전 창업한 회사를 운영하다가, 갑자기 월급쟁이로 돌아가면서 '아, 회사 생활이 이런 거였지.'하고 혼잣말을 하며 깜짝 놀라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곧 월급마약에 중독되면서 어느샌가 적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뿌뜻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제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회사라서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케팅은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닙니다. 산업이나 기업의 특성에 따라 의미나 가치가 상이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합니다.


마케팅은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닙니다. 산업이나 기업의 특성에 따라 의미나 가치가 상이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합니다.


저는 영업, 마케팅, 사업, 장사는 모두 같은 것을 다른 단어로 부른다고 생각합니다. 

공통적으로 이들 단어들은 모두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활동을 의미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매출을 일으키려는 제품(서비스)을 더 잘 판매할 수 있는가를 의미하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출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PR, 마케팅, 영업 등의 전문화된 영역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바이오 의약품 위수탁 생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재의 직장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일한 경험을 통해서, 저는 저의 직업적 정의를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디자인 기업의 대표, 세척 기술 컨설턴트, 그리고 바이오 관련 마케터라는 세가지의 각기 다른 직업의 경험을 통해서 저는 어떤 본질을 통해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정의해야 합니다. 


마케터로 일하는 동안 가장 당황스러운 경험으로부터 저는 마케팅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제약 회사와 바이오텍 기업을 만나서 마케팅 담당자라고 저를 소개하면 종종 '저희 분야에서 왜 마케팅이 필요하죠? 어떤 일을 하세요?'라는 대답을 듣습니다. 오히려 다른 산업이라면 '아, 마케팅을 담당하시는군요.'하는 답을 듣는 것이 보통이지만, 제약이나 바이오 산업의 경우에는 마케팅이라는 명함이 의외의 직업이라는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보통 여러분이 만나게 되는 제약회사는 약국과 병원에서 접하게 되는 합성의약품을 제조하거나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그래서 타이레놀, 우루사와 같이 의약품 브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활동에서 마케팅과 영업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런 브랜드 의약품의 경우에는 각각의 브랜드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있거나 프로젝트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개별적 조직 내에서 브랜드 홍보, 프로모션, 판매, 영업, 유통에 대한 광범위한 전략과 액션을 직접 수행합니다. 그러한 제약 산업의 특성 때문에 마케팅을 하나의 직업으로 소개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처방약을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기업에서는 다른 산업에서 이야기하는 마케팅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좁게는 프로모션과 영업, 또는 보험에 대한 부분이 더 민감하기도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의 핵심적인 활동과는 다른 사업 활동을 합니다. 


보수적인 제약 산업에서는 마케팅은 광고나 홍보에 한정된 것이라고 오해하거나 영역을 제한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몸담은 기업 내에서의 한정적이고 주관적인 이해입니다. (그러니 저의 오해가 다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고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제품을 개발, 생산, 공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자나 의류처럼 마케팅은 할 것이 없다라는 선한 의도를 기반으로 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좁은 시각에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의 기업에서 기업 브랜딩, 서비스 브랜딩, 서비스에 대한 전략적인 언어 전략 기획, 디지털 마케팅 생태계 구축 및 개선, 리드(lead) 발굴을 통한 파트너링 확대, 국내외 전시 기획, 주요 디지털 및 종이 인쇄물(리플렛 과 같은 플라이어), 영업의 언어를 디자인 언어로 시각화하는 언어 개발, 마켓 리서치 및 경쟁 기업 분석, SNS 콘텐츠 집필 및 디자인 등의 광범위한 일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영역 이외에도, 국내외 파트너와의 협상 및 해외 출장도 해야 합니다. 심지어 홈페이지를 새로 개발하는 업무까지도 마케팅의 업무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마케팅 담당자가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서와 동료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의외로 이런 업무들은 극소수의 인원으로 진행합니다. 아웃소싱을 통해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매우 뛰어난 선택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많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마케팅의 핵심을 발견하는 순간, 아웃소싱이 아니라 인하우스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마케팅이 기업 전체와 모세혈관처럼 연결되어 있는 환경 때문이라고 피상적인 설명으로 지금은 대신하겠습니다. 

저는 영업팀의 동료와 회사의 동료들에게 마케팅은 랭귀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언어'라고 해도 되지만, 저는 마케팅이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언어들을 '랭귀지(language)'라고 부르는 것을 무척이나 저는 좋아합니다. 마케팅 언어라고 하면 종종 이것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광고 카피라이트 또는 캐치프레이즈를 잘 만들면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피식하고 가끔 저도 웃게 되지만, 영어로 '랭귀지'라고 표현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마케팅 랭귀지'라고 하면 단어를 듣는 동료들이 더 집중을 하고, 이 용어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니까요.


동료들과 회의에서 한국말을 통해서 회의를 해도 우리는 때로는 상대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이나 문서를 통해서 더 정확한 언어를 통해 대화를 할 때도 정확한 소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하물며 고객과의 대화는 어떨까요.  판매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해 우리가 최선을 다해 설명해도 고객은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매를 위해서 과장된 용어와 표현으로 제품을 판매해는 경우도 있는 공산품 영업과 마케팅과 달리, 고객에게 장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산업에서는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사실에 기반해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케팅 랭귀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오해나 잘못된 해석을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점수로 이야기하자면 80점의 서비스를 고객이 90점으로 높게 평가해주면 일반적인 판매 영역에서는 매출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제가 몸담고 있는 기업과 같이 고객이 개발한 의약품을 수탁하여 생산을 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고객이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더 좋은 것으로 유도하는 언어를 영업에서 사용하는 것은 저는 위험하다고 느낍니다. 서비스의 품질과 양이 부풀려진다면, 결국 고객은 실망을 하게 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신뢰를 잃습니다. 


그러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일까요? 고객의 애해와 서비스 제공 기업의 이해가 평형적 대칭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마케팅 랭귀지 전략을 수립해야 할까요?

다음 편에서 그에 대한 저의 몹시도 편협하고 좁은 경험을 풀어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영업을 위한 시작, 마케팅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